진실로 화려한 삶
하나의 문제점이란, 바로 '사무장 병원' 문제였다.
오 씨 피부관리숍은 강남의 빌딩 전 층, 총 7층을 썼는데, 그중 두 층은 성형외과 수술을 시행했다. 의사가 아닌 사람이 수술을 한 것은 아니고, 의사인 사람이 수술을 했다. 그리고 그곳은 따로 의원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등록을 했지만,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람은 오 씨였다.
한국은 의사만이 병원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나이가 지긋하신 의사의 이름을 빌려 병원장으로 등록을 했다. 그리고 그 의사에게는 다달이 1,000만 원가량의 명의 대여료를 지급했다.
사무장병원 리스크가 있었지만, A 투자법인은 이 병원을 빼고 투자를 할 수는 없었다. 한국 의료진에게 성형수술을 받는 것이 베트남에서 인기가 있기 때문에 관광의 핵심인 이 부분을 놓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겨눌 수 있는 칼자루를 쥐고 합작투자계약을 체결 과정에 돌입했다
합작투자 계약서를 쓸 때에 오 씨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동안 자신이 꿈꾸었던 해외 진출의 큰 꿈이 이루어졌다는 생각에 A 투자법인의 마음이 혹시 돌아설까 싶어 빨리 계약을 체결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들은 사업을 위해 한국과 베트남에 각각 신설법인을 추가로 만들기로 계약을 하였다. 그리고 한국 법인의 대표는 A 투자회사의 대표인 S, 오 씨가 공동하여 대표를 하기로 했고, 베트남 법인의 대표는 오 씨가 단독으로 하기로 했다. 나쁘지 않은 임원 구성이었다. 무엇보다도 베트남 법인의 대표를 오 씨가 단독으로 하는 게 마음에 들었다.
모든 게 순조로웠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그들은 바로 베트남으로 향했다.
베트남에 도착하자, 공항 앞의 검은 리무진이 오 씨를 환영했다. 그리고 그 리무진은 곧장 가장 고가의 호텔로 향했다. S 대표의 오 씨에 대한 극진한 대접이었다.
오 씨의 스위트룸 호텔 방 한가운데 테이블엔 환영의 문구와 상자가 있었고, 그 상자를 열자 1억 상당의 시계가 있었다. 그리고 그 옆 편지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있었다.
"우린 이제 한 가족입니다."
한 달 간의 꿈같은 가맹점 개설 일정을 모두 마치고 오 씨는 다시 귀국길로 향했다. 베트남엔 S 대표가 있어서 든든했다. 강남 사무실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창 밖에 늘어선 고층 아파트와 빌딩을 보자, 감회가 새로웠다. 늘 남의 것이었는데, 이젠 손에 쥐면 쥐어질 것 같았다.
그가 한국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게 된 지인 박 씨가 강남 사무실에서 잠시 만나자는 연락을 했다.
그가 자리를 비운 동안 굳게 닫혀있던 강남 사무실 문을 열자, 매캐한 먼지 냄새가 제일 먼저 들어왔다.
'아우, 먼지 냄새'
그는 사방에 날리는 먼지를 휘저으며, 사무실 불을 켰다. 손님이 없어도 열심히 뛰던 직원들로 땀 냄새가 나던 사무실이었는데, 너무도 휑한 풍경이 생경했다.
베트남 가맹점 개설 일정으로 대부분의 인력은 모두 해외 일정에 충원되었고, 결국 강남 사무실을 지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런 매출 없이 임대료와 고정비만 발생하는 상황이었지만, 초조하진 않았다. 어차피 베트남에서 매출이 발생할 테고 베트남 관광객들이 들어오면 한 번에 해결될 문제였다.
"여기 너무 휑한 거 아니야? 한국 사무실은 아예 운영안 하는 거야?"
박 씨는 책상 위의 먼지를 털며 방으로 들어왔다.
"한, 한 달 정도? 이제 곧 여기도 바빠질 거야."
박 씨는 너무 해외에 올인하지 말라는 충고를 했다. 오 씨는 쓸데없는 걱정 말라고 만류했지만,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우니 휑했던 사무실이 자꾸 생각났다.
'내가 너무 한국을 버려두는 걸까? 보장도 없이..'
그러고 보니 강남 사무실에 대한 대비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떠올랐다. 계약서에는 베트남 진출의 방법과 투자자들에 대한 수익 보장만 있을 뿐, 자신이 운영하였던 강남 사무실에 대한 어떠한 보장도 없었다. 아무리 베트남의 매출이 한국으로 들어온다지만, 괜스레 불안한 마음에 아무래도 곧 영업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는 바쁜 3개월이 다시 흘렀다. 그 사이 베트남에는 가맹점이 100개를 돌파했다. S 대표는 오 씨의 공이 크다며 그를 높이 샀다.
"오 대표님의 수려한 외모 덕에 가맹점 모집이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여기에선 정말 연예인이신걸요."
홍보를 목적에 두긴 했지만 베트남 방송에도 진출하게 되면서, 오 씨는 베트남에 갈 때마다 다시없을 화려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는 이제 화려해 '보이는' 삶이 아닌 진실로 화려한 삶을 살고 있었다.
"대표님, 한국 돌아가시기 전에 은행 한 번 들리셔서 입출금 업무 점검 한번 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오 씨의 비서 채 씨는 그에게 출국 하루 전 은행 업무를 권유했다. 오 씨는 현재 베트남 법인의 단독대표로서 은행 업무 관장이 가능했다. 그는 S 대표를 믿었지만, 은행에 가서 한 번 확인해 보고 신뢰를 공고히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S 대표에 대한 의심의 마음이 잠깐이라도 든 것이 미안했기 때문이었을까, 왜 하필 그 순간 오 씨는 자신이 S 대표에게 감사의 선물을 한 번도 못했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을까.
그는 채 비서에게 베트남 내의 벤츠 판매점을 알아보라고 말했다. 앞으로 수 십, 아니 수 백억을 가져다 줄 은인이었다. S 대표에게 어떠한 고가의 차량도 아깝지 않았다.
출국 하루 전 일정은 생각보다 빠듯했고, 벤츠 출고 계약서에 사인을 마치자마자 그는 다시 한 번 귀국 길에 들었다.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하지만 약간의 각색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