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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제생맥주 Nov 19. 2021

연가시 소동

필패하는 게임에 참여한 걸까 


오 씨는 기존 자신이 운영하던 사업체인 '강남 피부관리 영업소와 베트남 뷰티 가맹 사업'을 한국 법인과 베트남 법인을 새로 설립해서 각각 인수시켰다. 


그러나 강남 영업소는 베트남 가맹점에 방문한 손님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한국 손님을 상대로 한 매출은 매우 저조했다. 실질적인 황금알은 모두 베트남에서 발생했다.


계약서에서 수익 보장 부분에 대한 설명은 아래와 같았다.


'오 00은 기존 운영하던 사업 부분을 합해 순이익 기준으로, 30억 원을 보장한다. 이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오 00가 10배의 책임을 부담하기로 한다.'


우리는 재판부에 오 씨가 양도를 회사 중 베트남에서 가맹점을 운영하는 사업은 베트남 신설법인에서 인수하였는데, 그 회사에서 상당한 수익이 현재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 투자법인 측은 오 씨가 양도한 업체는 모두 허상이어서 강남 영업소는 적자뿐이고, 베트남 가맹점 사업은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진행하였고, 오 씨가 양도한 것을 바탕으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증거로 한국 **법인이 운영하는 강남 영업소에서 몇 억의 적자가 발생한 재무제표를 제출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지금 원고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한국의 영세한 업체를 해외 투자법인이 무력화시키고 있습니다!'


오 씨는 방청석에서 손을 들며 판사에게 발언권을 요구했고, 분노를 터트렸다. 재판 중 방청석 맨 뒤에서 마치 영화처럼 발언권을 요구하는 경우는 빈번하진 않은데, 오 씨는 영화를 많이 본 것 같았다.


A 투자법인 측은 모든 변론 기일마다 출석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오 씨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거짓말을 할 수가 있죠! 엊그제도 신문 보니까 가맹점 300개 돌파했다고 광고를 하던데요.'


문제는 증거가 없었다. 상대방은 지속적으로 베트남 가맹사업은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고, 오 씨로부터 아무것도 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했다.


'이거 종전에 가맹점과 계약하신 계약서랑 그 외에도 베트남에서 사업하셨다는 증거를 제출해야 할 것 같은데요..'


오 씨는 가맹점 계약서, 인수 계약서를 모두 베트남에 두고 왔다. 우리는 재판을 연기할 수 있을 만큼 끌었지만, 오 씨는 결심이 될 때까지 증거를 가져오지 못했다. 


가맹점의 실재 여부 외에도 법적 논점이 많았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었지만, 결과는 패소였다.


"오 씨가 운영하던 베트남 가맹점 사업의 실체가 존재하였고, 한국의 신설 법인이 위 사업을 양수하여 이익을 얻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베트남 가맹점 사업을 인수한 건 베트남 법인인데, 법원은 왜 한국의 법인이 베트남 가맹점 사업을 인수했다고 판단했을까,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패소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판단 이유가 마음에 걸렸다.






오 씨는 항소장을 낸 상태에서,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법원 앞은 늘 1인 피켓 시위를 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어지간한 소동으로는 눈길을 끌기도 쉽지 않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보통은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많다. 


드물게 젊은 사람이었기 때문일까, 잘 차려입은 복장 때문이었을까, 1인 시위를 하던 오 씨를 지나가던 어떤 기자가 유심히 보고 다가갔다. 오 씨는 검게 상복을 입고 있어 더위에 땀이 범벅이었다. 


'여기 혹시 A 투자 법인, 한국에 상장사 갖고 있지 않아요?'


'...? 이 회사를 아세요?'


'지금 안 그래도 취재 중인데요. 최근에 방화 사건 있었던 X회사 아시죠. 거기도 이 회사에서 투자했다가 핵심만 빼가고 사실상 한국 법인은 그야말로 뼈만 남겨서 한국 대표가 방화 소동 일으키고... 연가시죠 뭐'


'연가시요?'


'곤충에 기생하다가 산란기가 되면 숙주 곤충의 자살을 유도하는 기생충이요. 도대체 이게 몇 번 째인지 모르겠네..'


기자는 조만간 인터뷰를 하러 오겠다며 명함을 주고 떠났다. 


'변호사님, 언론사가 취재를 하러 왔었어요. 공중파에서요'


'정말요? 천운이네요. 언론사가 취재하면 그래도 저희처럼 억울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긍정적이거든요. 이슈가 되면 아무래도 재판부가 더 신경 쓰니까요'


그러나 오 씨는 어쩐지 표정이 밝지 않았다. 자기와 같은 한국 업체가 여러 곳이 있었다며, 참담해했다. 


'저희처럼 당한 업체가 여러 곳이라고 하니 무섭네요. 필패하는 게임에 참여한 것처럼'


나는 재판은 게임이 아니라며, 오 씨를 달랬다.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하지만 약간의 각색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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