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_별덕후들, 북극에서 오로라를 만나다
" 헤아릴 수 없이 넓은 공간과 셀 수 없이 긴 시간 속에서
지구라는 작은 행성과 찰나의 순간을
그대와 함께 보낼 수 있음은 나에겐 큰 기쁨이었다. "
-칼세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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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겨울. 북위 60도 이상.
노르웨이에서 핀란드로 이어지는 추위를 견뎌내야만 즐길 수 있는 여행.
그러나 이번 여행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북극에서 오로라를 만나는 것.
공학을 전공해 자연스럽게 과학에 몸을 담고 있던 남편과 어렸을때부터 천문덕후로 성장한 나는
밤하늘의 별을 보거나 천체현상을 보는 것을 평소에도 무척 좋아했었다.
사진을 찍는 일도 별을 보기 위해서였고 금전적 여유가 생기면 천체망원경, 쌍안경 등을 구매해선 산으로 들로 별을 보러 다니는 일에 매진했었다.
그런 우리에게 오로라 라는 천문현상이라니.
이번 기회가 아니면 평생 못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린 북극으로 날아가 오로라를 만나기로 완전히 작정했던 것이다.
이번 여행을 빌어
헤아릴 수 없이 큰 우주에 그만큼 긴 시간, 그리고 지구라는 행성 속에서
사랑하는 서로의 손을 잡고 오로라가 빛나는 순간을 함께하기 위해서.
오슬로 공항에서 핀란드 헬싱키 공항으로 이동한 뒤
이른 새벽, 핀란드 북극권에 위치한 작은 공항, 이발로 공항으로 출발한다.
이 경로에서 상당한 피로감이 몰려오니 이동시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 INFO : 오슬로->헬싱키 공항 스칸디나비아 항공 1인당 한화 10만원 선
헬싱키-> 이발로 공항 핀에어, 한화 20만원 선, 직항 2시간 정도
* T I P : 이발로로 가는 비행시간이 이른 아침이라면 헬싱키 공항안의 호텔(힐튼, 헬싱키 에어포트 등)묵으면 이동시간이 단축되어 무척 편하다.
공항 스탑오버시 묵는 호텔이라 가격도 30유로 내외로 저렴한 편이고 청결하며
쾌적하다. 비행기에선 기내식을 제공하지 않으니 숙소에서 조식으로 나오는 과일과 빵류를 챙겨가는것이 좋다.
이발로로 가는 핀에어의 기내는 좁다. 크지 않은 비행기.
북극권으로 가는 사람이 그만큼 적기 때문.
기내 창 밖,
고도가 그리 높지 않음에도 끼는 성에들.
추측가능한 쩍쩍 얼어붙는 추위.
북극권으로 가고 있음을 가늠케한다.
기내에서 본 북극권의 일출.
극지방에서 보는 일출은 처음이다.
세계 어디서든 어떤 고도에서든 태양이 떠오르는 풍경은 아름답다.
수오미(SUOMI), 숲과 호수의 나라 핀란드 답게 기내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얼어붙은 호수와 녹지였을 땅으로 추측되는 것들이었다.
지루할틈도 없이 이런 기묘한 풍경들이 이어지는 동안
하늘을 날던 비행기는 드디어 북극권에 도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발로 공항의 지리적 위치, 북위 68도 정도다]
북위 68도. 북극권. 라플란드.
여러 단어로 수식된 곳에 드디어 도착했다.
춥고 서늘하고 메마르고 하얀 눈이 건물과 사람보다 더 가득한 곳.
이 곳의 천인상이었다.
예상했던것 만큼 무척 아담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아기자기함을 가진 공항.
통나무로 된 인테리어에 순록의 털, 뿔,
사냥된 새들의 박제 등이 아기자기하게 어우러져 묘한 극지방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공항에서 버스(공항에 리무진 버스가 대기중이다)를 타고 사리셀카로 향한다.
극지방의 겨울인 만큼 낮게 뜬 태양,
그 아래로 평평한 언덕에 쌓인 설경들이 계속 이어진다.
한시간 남짓 달리다보면 눈과 메마른 나무만 있는 풍경 뒤로 작은 리조트 단지가 나온다.
이 곳이 북극권 '라플란드 이나리'에 위치한 사리셀카.
이 마을 안의 홀리데이 클럽 사리셀카. 이 숙소에서 며칠을 묵는다.
많은 이들이 이 곳에서 좀더 북쪽에 위치한 '칵슬라우타넨'이라는 투명 아크릴로된 숙소에서 묵는 일정을 진행한다고 하나
1박에 한화로 무려 50만원 넘는 가격이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그 곳에서는 투명 아크릴 아래 따뜻한 침대에 누워 오로라를 감상할 수 있다고 하니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질때 즈음을 위해 아껴두어야지, 하며 눈물을 머금고 선택한 곳이 이곳이었다.
* INFO : 이발로->사리셀카 버스 1인당 1만원 선, 1시간 남짓
홀리데이사리셀카 호텔 : 1박 한화 10~15만원 선, 레스토랑, 기념품점, 건식 사우나, 스파 구비, 24시간 리셉션
* T I P : 아무래도 물자보급이 어려운 북극권이다보니 레스토랑 음식이 비싸고 입맛에 맞지 않는다. 근처 대형마트가 구비되어있고 그 안에 패스트푸드점이 있다. 또한 컵라면, 다양한 맥주, 과일등으로 저렴하고 맛있게 끼니를 때울수 있다.
스키장비 렌탈과 스키장도 구비되어 있어(스키장, 눈썰매장 무료) 크로스컨트리, 스키 또한 즐길 수 있다.
눈, 눈, 눈.
디즈니의 '겨울왕국'을 이 곳, 북극권 라플란드를 배경으로 만들었다고 하더니
정말 여기 이 곳엔 깊게 쌓인 눈과 그만큼 내리는 눈, 침엽수만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크로스컨트리같은 겨울 스포츠와 가족과 함께 겨울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만이 드문드문하다.
낯선 여행객의 눈으로는
영하 30도를 웃도는 추위에서도 사람들은 즐겁고 여유로워 보인다.
주변에는 숙소와 레스토랑을 비롯, 기념품 판매점이 곳곳에 있다.
숙소에서도 기념품을 판매하는데 순록뿔로된 병따개, 원주민 악세사리, 나무로 직접 공예한 볼펜 등 재미있는 물품들이 많다.
그리고 대형마트도 있는데 핀란드는 노르웨이와는 달리 술 판매가 자유롭고 값도 저렴한 편이니
맥주처럼 가벼운 주류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이것저것 구경하다보니 북극권이라 더 빨리 찾아오는 어둠, 어느새 저녁이다.
하늘을 보니 구름이 잔뜩, 기상이 좋지 못한 것 같아
이래서 오로라를 볼 수 있을까? 아쉬워하며 숙소 안 식당에서 간단하게 술과 식사를 했다.
사실 음식이 입맛에 잘 맞지않아 무슨 맛인지 깨작깨작대다 오르는 술기운에
차가운 바람이 쐬고싶어 숙소 밖으로 나왔다.
나는 어디 여행지를 가던지 하늘을,
특히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습관을 갖고있는데(천문덕후들은 대부분 이렇다)
이번에도 그 습관은 여지없이 발동,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아....."
어느새 구름없이 맑게 개인 하늘엔
하얗고 푸르스름한 구름띠같은 것이 밤 하늘에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분명, 분명 오로라였다!
기이한 풍경에 무척 놀란 우리는
숙소로 얼른 들어가 여행전에 구비해온 방한바지, 방한 슈트, 방한신발 등 방한 채비를 하고
(방한세트는 한국 인터넷에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카메라 장비를 챙겨 숙소 옆의 숲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오로라를 보기위해 광공해 없는 숲으로 이동했다.
홀리데이클럽 사리셀카에서 도보로 이동하면 20~30분 정도 걸린다.
눈이 많이 쌓여있기 때문에 빠르게 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리셀카 근처 숲은 이미 초록색 야광 빛으로 물들어 있다.
푸른 침엽수림 위로 더 푸른 빛의 오로라.
바람부는 커텐처럼 바람에 일렁이는 것 같기도
하늘에서 춤을 추는 듯 움직이기도 한다.
신비롭고 아름답다
정말 이 단어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다.
T I P : 눈으로 보는 오로라는 흰색과 푸른색을 섞어놓은 느낌이나 사진을 찍으면 더 녹색에 가까운 푸른색으로 보인다. 푸른빛으로 화려하게 빛나는 여타 사진들처럼 그런 느낌을 두 눈으로 보길 바랬었다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른다. 카메라로 촬영시 꼭 삼각대와 높은 감도 설정과 장노출이 가능한(수동조절) 카메라를 가져가는것이 좋다.
이 신비로운 풍경들을
이 넓은 우주,
그 속의 지구라는 행성에서
사랑하는 이와 단 둘이 마주한 우리.
그와 지긋이 눈을 보며 약속했다.
이 생이 끝나 눈을 감을때
우리 이 기억만은 갖고 가자,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