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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Feb 08. 2019

밤과 적막, 그리고 헬싱키

#6 미스테리를 품은 도시 2





빼곡히 앙상한 가지를 드리우는 기다란 식물들. 



유독 이곳엔 식물들이 많이 보인다. 





누군가의 정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무성했고

공원이라고 하기엔 구역이 나누어져 있고 잘 정리된 느낌.


대체 여기는 어디일까?  





건물을 지나 비탈진 길로내려가보니 
무수하게 피어날 봄을 기다리는, 겨울 꽃밭처럼 보이는 벌판이 넓게 이어져있었다. 
그리고 그 곳 오른쪽에 유리막으로 된 커다란 건물이 보였다. 

건물안의 무언가를 위해서 햇볕을 잘 받아들이게하고 
습도 보전이 되게 하는 유리, 아크릴 벽면 구조. 

'아, 저 독특한 구조를 채용한 건물의 용도는 하나밖에 없어.'

'온실'. 


드디어 한시간 넘게 풀리지않던 
이 스산한 곳의 미스테리가 풀리는 순간이었다. 

"이곳은 식물원이구나!" 




*INFO 헬싱키 식물원 (카이사니에미 식물원)

<카이사니에미 식물원 위치, 헬싱키 대학교 옆에 위치한다>


1678년에 설립된 핀란드 최대 식물원이다.
교목, 관목을 비롯하여 일년, 다년생식물, 균류 등 3백 30만 종류를 보유하고 있으며 
관람시간은 여름 7시~20시, 겨울 7시~18시 이다. 
헬싱키대학 식물원이라고도 하며 1678년 엘리아 틸란즈 교수에 의해 아보(Abo)시에 최초 설립되었으나
화재이후 헬싱키 중앙의 카이사니에미로 이전되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등 외부로부터 많은 식물을 기증받기도 하였으나 1918년 군중 시위, 제 2차 세계대전중인 1944년 2월엔 
전투기 폭격으로 온실이 완전히 파괴되는 아픔을 겪었다. 
추후에 식물원 설립계획이 착수되어 현재 카이사니에미와 쿰풀라 캠퍼스 두 곳에 나뉘어진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입장료는 어른 8유로, 학생(7살~17살), pensioner 4유로, 어린이 무료.



  


미스테리는 풀렸고, 속 시원한 기분으로 
다시 이 곳을 빠져나가려고 입구로 나가는 순간, 아차, 문이 닫겨있는것이 아닌가.  

어떡하지, 벽을 넘을까? 하며 당황하던 차, 
멀리서 승용차 불빛이 번쩍인다. 

경찰이었다. 

그것도 얼굴에 피어싱과 문신을 잔뜩 한 여자 경찰.
그녀의 위용에 우리는 잠시 어깨가 움츠려졌다. 

'아니, 식물원을 보유한 대저택이었나? 이거, 우리 무단침입인가? 어떡하지?'

뚜벅

뚜벅

뚜벅뚜벅 

뚜 벅 뚜 벅 

뚜   벅   뚜   벅
 


경찰차의 눈부신 헤드라이트, 차갑게 떨어지는 눈송이, 
그녀가 점점 우리쪽으로 걸어오는 발 소리에
걱정과 긴장감이 피부결에 날카롭게 돋아난다.   

"철컥!, 끼이익"

그녀의 화려하게 문신된 손이 입구 문을 연다.
갑자기 정신이 퍼뜩 든다. 

"땡큐" "키토스" "휘바!" "스파시바!"

긴장한 나머지 맞는지 틀린지도 모르는 단어들이 다 튀어나온다.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다시 경찰차로 돌아간다. 

추후에 알게된 것이지만 이 곳 식물원의 겨울철 운영시간은 오후 6시. 
우린 오후 6시를 훌쩍 넘어서까지 이 곳을 배회하고 있었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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