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통을 마주한 순간

- 찾아오신 이에게 보낸 편지

by Hi Mom

사랑하는 이를 잃거나, 사회 경제적 몰락 등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겪고 삶의 의욕을 잃고 오시는 분들을 진료실에서 만나면 어떤 말을 전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막연히 위로하자니 공허한 말 뿐인 것 같고, 이러쿵저러쿵 참견하며 견뎌내자 말하기엔, 나도 잘하지 못할 것을 남에게 쉽게 하라고 하는 것 같아 주저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자 하는 마음으로 힘든 발걸음을 내디뎌 찾아오시는 마음을 항상 응원합니다.


간혹 죽을 용기가 없어, 죽질 못한다는 말을 들으면 참 속이 상합니다. 살고자 하는 마음이 훨씬 더 큰 용기이며, 정말 귀하다고 말씀드리고 싶고 그 마음을 붙잡고 무기력한 몸을 일으켜 찾아오신 선택을 정말 잘하셨다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 말을 직접 잘 전하지는 못합니다.

사실, 저에게는 아픈 기억이 하나 있는데, 이 말씀을 드렸던 진료를 마지막으로 한 분이 세상을 떠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저 말을 차마 진료실에서 하지 못합니다. 무엇이 잘못이었을까.. 한참을 고민했었고, ‘죽고 싶다'는 그 마음이 내가 가늠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 때가 많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참 조심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 남아있는 그 삶의 본능이 정말 소중하다는 말을 이렇게나마 전하고 싶습니다.


긴 터널 같은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지나가야 할까요


상상조차 하기 싫어 나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부정하고 있는 고통의 순간들은 우리의 삶에 언제든 찾아올 수 있습니다. 어쨌든 찾아온다에 더 가까울까요? 우린 사랑하는 이들을 언젠가는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숙명 속에 살아가니까요..

많은 정신과의사들이 우리의 생각과 감정은 흘러가는 것이고, 스스로가 붙잡고 곱씹지 않는다면 결국엔 지나가고 잊힌다고 강조합니다.


잊으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떠오르면 그대로 두고 “시냇물에 띄워진 종이배가 흘러가는 것을 그저 지켜보듯” 떠오른 생각을 멀찍이 두고 시간에 흘려보내는 시도를 해보라는 조언을 많이 합니다.

우두커니 앉아 누군가, 혹은 어떤 상황을 원망하거나 슬퍼하며 반추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고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것에 집중하라고 합니다.


나를 고통에 빠뜨린 그 사건이 마치 일어나지 않은 듯,

과거로 향해있는 나의 시선을 거두어들이고 지금 내 하루의 삶으로 주의를 돌리는 시도가 과연 가능한 것일까요?


저 역시도 그걸 잘 해내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만약에 그래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면 시도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터널을 지나는 시간 속에서 혼자가 아니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