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평 - 3

by EJ

다시 여자 쪽으로 걸었다.


여자는 여전히 승강장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옆에 서 있다가, 천천히 그 자리에 앉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자도 그랬다.


그저 나란히, 아무도 오지 않는 선로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먼지 냄새 사이로 희미하게 바람이 지나갔다.


"친구가 뭘 말하려 했는지..."


여자가 낮게 말했다.


"사실은 알 것 같아요."


잠시 멈추었다.


"그냥 듣기가 싫었어요. 들으면, 뭔가 달라져야 할 것 같아서."


진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이 어딘가에 조용히 가라앉았다.


그때였다.


띠리리-


멀리서 진동이 왔다. 공기가 달라졌다. 열차가 오고 있었다. 천천히 일어서며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함께 타자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다. 문이 열렸다.


"가세요."


여자가 먼저 말했다. 아까보다 조금 달라진 목소리였다.


말없이 열차에 올랐다. 문이 닫혔다. 창밖으로 역이 천천히 멀어졌다. 누런 조명, 둥근기둥들, 그리고 승강장 끝에 홀로 앉아 있는 여자.


눈을 감았다.


떠오른 건 아버지의 등이었다. 넓고 낡은 등. 그 위로 올라타 세상을 내려다보던, 아주 오래 전의 어느 여름날.


아직 늦지 않았는지는 몰랐다. 다만 가고 싶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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