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보다 안온함을 택한 어느 직장인의 생존기
오늘 아침, 첫 봄비가 내렸다. 유독 평온하고 조용한 시간을 맞이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문제가 생기면 부딪히고 해결하는 것은 오히려 쉽다. 하지만 오늘 같은 잔잔한 아침을 매일 이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귀하고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삶의 모든 시간이 자신만의 답을 찾기 위해 애쓰는 여정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나는 언젠가 미리 생각했던 답이 맞았는지, 혹은 지금은 더 멋진 다른 답을 찾았는지 맞춰보기 위해 이렇게 글을 적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우석(브라운스톤)의 『부의 본능』이라는 책을 읽었다. 돈이나 투자 관련 자기 계발서를 '부자아빠 가난한아빠' 이후 오랜만에 읽었다. 투자 솔루션 책은 출간 과정을 거치는 동안 이미 현시점과 간극을 가진다고 여겨서 잘 고르지 않고 결국 좋아하는 장르의 책만 골라 읽곤 했다.
다만 이전 책도 해결책이 아닌 전반적인 마음가짐, 관점에 대한 조언을 중심으로 해서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번에 읽은 '부의 본능'도 비슷한 인상을 받아 꽤 흥미로웠다.
오래전 과거의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가진 것들을 기꺼이 내던지고 도전하는 일에 큰 가치를 두었다. 새로운 경험, 못 해 본 일들, 그리고 '혹시 실패하더라도 다시 돌아가면 되지'라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으로 무장했었다. 돌아보면 철저히 '직감'에 의존한 판단이었다.
다 해 봐서 후회는 없지만, 안정을 즐거워하며 하나하나씩 벽돌을 쌓는 일이 너무 재미있는 지금의 나를 바라 보면 '그때의 시간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자조도 든다. 그래도 알기 때문에 후회가 없고, 지금을 더욱 즐긴다는 마음이 공존한다.
어쨌거나 지금의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환경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인사 업무 특성상 보안을 지키고 책임지는 경우가 잦아 감정적 고립감이 느껴질 때도 있고, 또 회복할 때도 자기 통제가 수반되는 일이라 홀로 피로할 때도 많다. 그래도 보람이 있고, 현재의 회사에서 그럭저럭 해 온 게 근 5년이나 된다.
이 회사는 내가 재테크와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시점과 맞물린다. 이전엔 '알아서 해 주겠지' 하며 경험 자체에 집중하는 다소 수동적인 태도였다면, 여기서는 승진도 요구했고 승급도 원하며 부를 쌓는 일에 집중해 왔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을 좋아하는데, 확실히 안정감이 생기니 주변을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되고 앞으로 뭘 어떻게 쌓아가며 살 것인가를 생각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여러 채널로 투자를 공부했다. 그리고 주말마다 이 동네 저 동네 돌아다니며 내가 살 만한 곳의 분위기를 살피는 임장 기간도 제법 길어졌다.
나만의 곳간을 채워가다 보니, 내 곁에 두고 싶은 '사람'에 대한 기준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사람 관련 일을 하지만 늘 사람이 제일 어렵다. 회사나 사회에서는 역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늘 예리하게 날 서 있을 수밖에 없고, 좋고 싫음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할 때도 많다.
그래서일까. 일에서는 불도저 같은 수 있겠지만, 일상을 추구하는 방향이 '산처럼 단단하고 평온한 사람'에게 마음이 간다. 조건적인 안정을 넘어서, 성격적이고 태도적인 부분에서 산과 닮은 사람.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나를 가만히 관찰해 주고 알아봐 주는 단단한 사람을 만나 남은 시간을 함께 걷고 싶다. 재미있게도 언젠가부터 오랜 친구들조차 날 닮거나 산을 닮은 사람들만 남게 됐다.
물론 구인 광고를 하려는 건 아니다. 누군가를 만날 때 늘 나의 '직감'에 의존해 내던지듯 관계를 시작하곤 했던 내가, 이제는 조금 더 신중하게 평온함을 지켜줄 사람을 찾게 되었다는 자기 선언에 가깝다. 가끔은 이런 신중함이 맞는지 확신이 안 들고 또다시 직감에 이끌릴 때도 있겠지만, 그것도 나쁘진 않다. 적어도 내가 어떤 삶의 형태를 곁에 두고 싶은지 건강하게 선택하며 다듬어가는 과정이라 믿는다. 모르는 채 타인의 말로 살고 싶지 않으니까.
이런 생각들을 품고 『부의 본능』을 읽다 보니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스스로 절제하고 성실한 사람이 되어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것, '내가 돈을 벌어 마땅한 사람이다'라고 여기는 관점, 생활과 무의식 관리 등 내가 막연히 체득해 온 사실들을 활자로 점검해 볼 수 있어 좋았다. 물론 상당 부분을 부동산이 불변의 성공 방정식인 것처럼 언급한 점은 현재 시점과 다소 동떨어져 보였다. 개인의 성향과 현실에 맞게 각자 알아서 성공 방향을 고르면 된다고 생각한다.
살아보니 사람도 중요하고, 돈도 중요하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큰 대출을 일으켜 첫 벽돌을 얹은 나에게는, 앞으로 시간을 두고 이 둘의 균형을 치열하게 고민해 가야 할 숙제가 남았다.
전반적으로 나의 의식을 환기하기에 참 좋은 시간이었다. 어쨌거나 오늘이 내 남은 인생에서 제일 젊고, 오늘이 제일 빠르니까. 작게나마 시작하고 작게나마 꽉 쥐고 불려 가는 하루를 보내야겠다.
당장 오늘 커피는 밖으로 나가지 말고 회사에서 내려 마셔야겠다.
살아보니 사람도 중요하고, 돈도 중요하다.
브라운스톤(우석), 『부의 본능(골드 에디션)(개정증보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