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코칭한 심리학자가 발견한 변화의 공식
"이제 정말 변화가 필요합니다. 바뀌지 않으면 안 돼요."
그렇게 말하는 리더를 지난 20년간 수없이 만났다. 360도 피드백 결과를 받고 나서, 리더십 이슈 때문에 조직문화에 문제가 있다는 피드백을 받고 나서, 철썩 같이 믿었던 핵심 인재가 퇴사를 결심한 후…
그런데 코칭이 진행되면 태도가 돌변한다.
“일할 시간도 없는데, 리더십까지 신경을 써야 합니까?”
“바꿔야 하는 건 알겠는데, 일을 하다보면 기억이 나지 않아요. 자꾸 잊어버리는게 문젭니다.”
“제가 질문을 해도 아무도 대답을 안하더라고요. 직원들이 변해야지 하는 건 아닌가요?”
처음에는 절박했다. 그리고 뭐가 문제인지도 안다. 그런데 잘 안 바뀐다. 솔직하게는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문제를 명확하게 인식한 후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준 리더들도 수없이 많다.
나는 궁금했다. 누구는 바뀌는데, 누구는 왜 안 바뀔까?
의지가 약해서? 나이가 들어서? 성격이 원래 그래서? 사람이 변하면 그때가 된거라서?
답을 찾기 위해 박사논문을 썼다. 1007명으로부터 설문을 받고, 통계를 돌리고, 16명의 코칭 전문가와 코칭을 받은 리더들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발견했다. 변화가 어려운 건 의지 문제가 아니라 변화동기가 작동하는 조건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나는 연구를 통해 사람이 실제로 행동을 바꿀 때는 세 가지가 순차적이지만 거의 동시에 작동한다는 걸 알게 됐다.
엔진 1: 지금처럼은 안된다는 자각
50대 중반의 한 임원을 만났다. 승승장구하던 그가 처음으로 자리에 위협을 느꼈다.
"20년 넘게 이 방식으로 해왔는데, 갑자기 리더십이 문제라니요. 지금까지 한번도 이런 피드백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360도 피드백에는 "일방적", "독단적", "잘난 척", “무시”, “타인비교”라는 단어들이 반복됐다. 자신이 독단적인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경험이 없어서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무시한 것이 아니라 열심히 하라는 의미였다고 했다.
코칭을 하다보면 자신의 의도만 열심히 설명하는 분을 만난다. 의도는 의도일뿐. 나의 행동이 의도를 반영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변화는 현재 자신의 행동을 정확히 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내 연구에서 '현실적 자기인식'이라고 명명한 이 요인은, 변화 초기단계에 가장 중요했다. 그런데 일단 변화 행동을 시작하면 이 점수가 다시 낮아진다.
왜 일까? 계속 자책하면서는 변화하지 못한다. 초기에는 지금처럼 하면 안되는구나 하는 위기감을 느껴야 움직이지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자신을 너무 가혹하게 보면 안 된다.
엔진 2: 변화하면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
자기인식만 높으면? 우울해진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작년에 피드백을 받고 노력한다고 했는데, 오히려 점수가 더 떨어졌어요."
“이 정도면 저를 싫어하는 건 아닐까요?”
30대 후반의 한 팀장은 360도 피드백으로 자신의 문제는 정확히 알게 됐는데, 오히려 자신감만 떨어졌다고 했다.
그래서 물었다. "경청을 잘하게 되면, 당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팀원들이 더 솔직해질 것 같아요. 그러면 제가 미처 몰랐던 현장 이슈들을 알 수 있겠죠.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거고... "
내 연구에서 '성장기대'라고 부른 이 요인은, 변화의 전체 단계에서 계속 중요하다. 자신의 노력을 통해 미래에 가져올 긍정적인 기대가 없으면 변화는 그냥 고통일 뿐이다.
엔진 3: 해낼 수 있다는 확신
40대 초반의 한 리더가 있었다. 피드백도 받았고, 변화의 필요성도 절실히 느꼈다. 그런데 움직이질 않았다.
"소리를 지르지는 않는데 대신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막상 회의를 하다보면 화가 나니까 그냥 참는데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고요.”
방법을 모르면 시작을 못 한다.
내 연구에서 '변화효능감'이라고 명명한 이 요인은 변화단계 중 행동이 시작되면 점수가 올라간다. 우리는 실제로 해보기 전까지는 확신이 없다. 작은 성공경험을 하나씩 하고,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럴 때는 저렇게 다양한 대처방법을 알아 나가면 그때서야 "아, 내가 진짜 할 수 있구나" 싶어진다.
작지만 구체적인 성공. 이게 효능감을 만든다.
1. “변화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행동은 바뀌지 않는다
연구에서 변화동기를 “자신의 현재 행동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 달성을 위해 기꺼이 행동하도록 하는 힘”이라고 정의했다. 즉, 변화란 ‘해야 한다’는 인지적 판단이 아니라 내 행동이 나의 가치 및 목표와 연결될 때 활성화되는 동기적 힘인 것이다.
리더가 변화하지 않는 이유는
“몰라서가 아니라, 변화동기가 실제로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 환경의 압력만으로는 리더의 행동은 바뀌지 않는다
"360도 피드백에서 안 좋은 점수를 받았어요."
연구 초기에 나는 '환경 변화 및 주변의 압력'도 변화동기의 한 요인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007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환경 변화 및 주변의 압력'은 독립적인 동기 요인으로 추출되지 않았다.
압력은 변화를 고려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는 있지만, 행동을 지속시키는 힘이 되지는 못한다. 기꺼이 노력하게 만드는 변화동기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강화되기 때문이다.
3. 무동기란 ‘동기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동기가 작동할 조건이 미비한 상태다
논문에서 자기결정성이론(SDT)을 인용하여 무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무동기(amotivation)는 동기가 “아예 없는 상태”가 아니라 기본심리욕구(자율성·유능감·관계성)가 충족되지 않아 동기가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
이러한 관점에서 리더가 변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 내가 주도적으로 선택한 변화가 아니다 (자율성 부족)
** 과연 바꿀 수 있을지(내가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유능감 부족)
** 나의 변화가 조직과 구성원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관계성 부족)
이 상태에서는 “변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코칭이 개입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부분도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변화에는 순서가 있다.
먼저, 현재 자신의 행동을 정확히 봐야 한다.
"코치님, 제 표정이 화난 것처럼 보이나요? 나는 가만히 있는데 사람들이, 심지어는 상사까지도 안 좋은 일이 있냐고 물어봐요.”
화상으로 진행되는 회의를 관찰하며 임원의 얼굴을 시작부터 끝까지 수십 장 캡처했다. 놀랍게도 무슨 멘트를 하던 표정은 다 똑같았다. 미간에 주름을 잡고 인상을 쓰며 자료를 보고 있는 모습.
대부분의 리더는 자신의 행동을, 그 행동이 타인에게는 어떻게 보이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지금처럼 행동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내 연구의 자기인식 척도 문항 중 하나는 “현재 나의 행동이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 같아 불안하다."이다. 관찰과 진단, 피드백을 통해 의도가 아닌 자신의 행동을 정확하게 보고 자신에게 중요한 목표 달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 다음, 이유를 찾아야 한다.
환경이나 외부의 요구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에게 진짜 의미있는 이유.
"360도 피드백이 나빠서요." - 이건 약하다.
"우리회사의 조직문화가 바뀌어서요." - 이것도 약하다.
"리더로 인정받고 싶어서요." - 이건 강하다.
"팀원들과 진짜 신뢰를 만들고 싶어서요." - 이것도 강하다.
내 연구의 성장기대 척도 문항 중 하나는 “변화를 통해 나는 가치 있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이다. 이 문장에 진심으로 매우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때, 변화를 스스로 선택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작게 시작해야 한다.
"경청을 잘하겠습니다" - 이건 너무 크다.
“상대방의 말을 끊지 않겠습니다” – 이건 해 볼만하다.
"상대방 말이 끝나고 3초 기다리기" - 이게 시작이다.
내가 자주 쓰는 방법이 있다. '원 씽(One Thing)'.
"이번 주에 내가 할 수 있는 것 딱 하나만 바꿔본다면 무엇을 하시겠어요?"
"목요일 주간회의에서, 제 의견을 맨 마지막에 말하기."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하고, 작다. 작은 성공 하나가 다음 시도를 만든다.
리더의 행동이 쉽게 바뀌지 않는 이유는 그 리더가 게으르거나 고집이 세기 때문이 아니다. 변화동기가 활성화될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화동기는 압력이 아니라 자기인식-가치있는 목표-효능감의 정렬을 통해 생성된다. 그리고 코칭은 바로 이 세 가지를 정렬하는 과정이다.
본 글은 2019년 이은주의 박사학위 논문으로 연구되었으며. 「성장 및 발전을 위한 변화동기 척도 개발 및 타당화」(이은주 & 탁진국, 2023, 한국심리학회지: 코칭)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ps. 변화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성공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변화를 이루었던 경험, 변화하고 싶지만 잘 되지 않았던 경험 등 여러분의 경험과 생각을 댓글을 통해 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