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

20년간의 코칭 현장에서 발견한 실행의 비밀

by 은주코치

"다음 주에는 꼭 해보겠습니다."

리더들을 만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그리고 3개월 후, 그 '시작'은 여전히 다음 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게으른 사람들이 아니다. 조직에서 인정받는, 실행력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리더들이었다. 그런데 왜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 앞에서는 멈춰 서는 걸까?



행동을 가로막는 네 개의 벽

초기에는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로 안 하는 거면 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그래서 "다른 사람의 기대 때문에 그러신다면 안 하셔도 됩니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심리학을 공부하고, 수많은 리더를 만나면서 의지의 문제나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 "나는 할 수 없다"는 숨은 믿음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이것을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의 문제라고 했다. 중요한 건 실제 능력과는 상관없다는 거다.


20년 경력의 마케팅 임원이 있었다. 그런데 자기 전문성을 담은 책을 쓰는 일 앞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제가 무슨 책을 쓸 수 있겠어요. 아직 부족한데요." 누가 봐도 가능한 일이었는데, 그의 머릿속엔 "나는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는 생각이 박혀 있었다.


실행의 첫 번째 장벽인 "내가 이걸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행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우리를 멈춰 세운다.


2. "언젠가"라는 함정

뉴욕대 피터 골위처(Peter Gollwitzer) 교수의 연구를 보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사람들의 목표 달성률이 훨씬 높았다. 막연한 의도는 실행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더 잘 소통하는 팀을 만들고 싶어요."라던 팀장이 있었다. 3개월이 지나도록 그 마음만 가진 채 팀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 그런데 "매주 화요일 오후 2시, 회의실에서 팀원 3명과 30분 대화를 한다"로 바꾼 순간, 달라졌다. 3개월 후, 그의 팀은 뭔가 활발해졌고, 소통이 많아졌다. 조직문화 점수가 확 올라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가 명확하지 않은 의도는 사실상 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3. 중요할수록 커지는 심리적 저항

심리학자 커트 르윈(Kurt Lewin)의 장이론(Field Theory)을 보면, 우리의 행동은 개인과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진심으로 원하는 일일수록, 더 큰 심리적 저항이 따라온다. 거기에는 실패 가능성, 타인의 평가, 자기 회의가 모두 함께 오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창조적 회피(Creative Avoidance)'라고 부른다. 정말 중요한 일이 있는데, 묘하게 다른 급한 일들이 계속 생기면서 그 일을 못하게 된다면? 그건 못하는 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피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거나, 다른 바쁜 일로 스스로를 면죄하는 방식을 택한다.


4. 이미 고갈된 하루의 에너지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는 '자아 고갈(Ego Depletion)'이라는 개념을 제안하며, 자기조절(self-regulation), 의지적 통제(willpower)를 반복해서 사용하면 해당 능력이 일시적으로 감소하여 이후의 자기통제 수행이 저하된다고 했다.


자기조절은 에너지 자원에 의존하는데, 그 에너지 자원은 무한한 자원이 아니다. 하루 종일 의사결정을 하고, 업무를 처리하고 나면, 정작 의미 있는 일을 할 에너지는 남아있지 않다.


어느 팀장은 "팀원들의 성장을 돕는 것"을 자신의 핵심 가치로 여겼다. 하지만 당장 급한 업무들이 그의 하루를 채웠고, 저녁이 되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스티븐 코비(Stephen Covey)가 말한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은 늘 이렇게 후순위로 밀린다.


이것은 시간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관리의 문제다.



실행으로 전환하는 다섯 가지 전략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0년간 현장에서 실제로 효과가 있었던 방법 중 심리학에서 검증된 전략을 제안해 보려고 한다.


1. 가장 작은 성공부터 설계하라

자기효능감을 회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숙달 경험(Mastery Experience)'이다. 성공의 경험이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만든다.


"책을 쓰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면, "오늘 한 문단 쓰기"부터 시작하라. 그 작은 성공이 쌓이면서 당신은 점차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간다. 중요한 것은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고, 시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작은 단위로의 분해다.


2. 'If-Then' 공식으로 자동화하라

피터 골위처(Peter Gollwitzer)의 실행 의도(Implementation Intention) 전략이다. 상황과 행동을 'If-Then'으로 연결하면, 목표 달성률이 크게 높아진다.


- "만약 오전 9시에 커피를 마시면, 10분간 일기를 쓴다"

- "만약 점심 식사를 마치면, 15분간 관련 자료를 읽는다"


이런 구체적인 If-Then 계획은 매번 의식적으로 행동을 결정할 필요를 없애 준다. 상황이 오면 자동으로 행동이 따라오도록 뇌에 경로를 만드는 것이다.


3. 환경을 다시 설계하라

행동은 의지가 아니라 환경이 만든다.

앞서 언급한 그 팀장은 환경을 재설계했다. 점심시간 이후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는 시간을 '팀원 코칭 시간'으로 캘린더에 고정했다. 그 시간에는 어떤 회의도 잡지 않았다. 환경이 바뀌자, 실행이 따라왔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한 당신의 환경은 어떠한가?

- 필요한 도구는 바로 꺼낼 수 있는 곳에 있는가?

- 방해 요소(스마트폰 알림, 소음)는 제거했는가?

- 시각적 단서(책상 위의 자료, 포스트잇)는 배치했는가?


반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은 그 일을 쉽게 하지 못하도록 마찰을 증가시켜야 한다. SNS 앱을 홈 화면에서 삭제하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폴더에 넣는 것처럼.


4. 결과가 아닌 정체성에 집중하라

"이것을 하면 무엇을 얻을까?"가 아니라 "이것을 하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제임스 클리어(James Clear)가 강조한 정체성 기반 습관(Identity-Based Habits)의 핵심이다. "책을 써서 유명해지고 싶다"보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 오늘을 살고 싶다"가 더 강력한 동기가 된다.


행동의 결과가 아니라, 행동을 통해 형성되는 나 자신의 모습에 초점을 맞출 때, 실행이 자연스러워진다.


5. 함께할 사람을 찾아라

타인의 존재는 개인적 목표를 관계 속의 행동으로 바꿔놓는다.

코치와의 약속, 동료와의 공유, 스터디 그룹 참여는 단순한 감시가 아니다.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고, 어려움을 나누는 관계 속에서 우리는 지속 가능한 실행의 힘을 얻는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려 하지 마라. 당신의 실행을 함께 응원해줄 파트너를 찾아라.



진심을 넘어, 설계로

코칭 현장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다.

"실행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입니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의지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자기효능감, 구체적 계획, 심리적 저항, 에너지 배분이라는 네 가지 심리적 조건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당신은 안다. 작은 성공을 설계하고, If-Then 계획을 세우며, 환경을 최적화하고, 정체성에 집중하며, 함께할 사람을 찾을 때, '하고 싶은 일'이 ‘할 수 있는 일’을 넘어 '하고 있는 일'로 바뀐다는 것을.


진심만으로는 부족하다. 올바른 심리적 구조를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실행 시스템을 설계한다면, 당신이 진정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제 질문을 바꿔보자.


"왜 하지 않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설계할까?"


그 답을 찾는 순간, 당신의 실행은 시작된다.




ps. 여러분도 정말 하고 싶은데 실행이 어려운 경험이 있으신가요? 진짜 하고 싶은 일의 실행에 대한 여러분의 경험과 생각을 댓글을 통해 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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