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가 돌이 돼 가면서 혼자 앉고, 잡고 서고, 곧 걸을 때가 다가오니 슬슬 일곱째 욕심이 생겨난다.
거짓말 같게도 어디 미운구석 하나 없이 마냥 예쁘기만 한 아이를 키우면 당연히 드는 마음이겠지만 이 마음을 고이 접고 현실을 바라본다.
아이가 있어서 행복한 순간이 너무도 많고 아이로 인해 행복을 느끼며 웃는 시간이 넘쳐나는데도 우리는 그 형태 없는 행복감을 위해 아이를 낳을 수는 없다.
여섯째도 낳으라 마라 했던 남편도 일곱째가 갖고 싶다고 할 정도로 여섯째 아이가 우리에게 주는 행복이 크지만 감히 일곱째를 가질 수 없는 건 곧 입주할 아파트를 위해 소위 말해 영혼까지 끌어 모아야 하는 나의 현실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단칸방에서도 예닐곱은 거뜬히 키워내신 부모님이 계셨지만 나 같은 8인가구가 차 한대에 끼워 타면 불법이고 30평대에 산다고 하면 좁아서 괜찮냐고 묻는 세상이 됐다.
30평대 아파트에서 사는 것도 감지덕지 감사할 상황이지만 각종 커뮤니티에는 아이가 여섯이나 되면서 30평대에 살면 능력 없으면서 좁은 집에서 애들만 고생시킨다는 머릿속으로만 생각했으면 하는 댓글도 곧잘 달린다. 최소 남자 여자 방은 나눠 주고 싶은 배부른 욕심에 나도 신규 분양단지에 청약을 넣었고 다자녀 청약이 아님에도 떡하니 분양권을 손에 쥐었다.
곧 입주를 앞두니 이제야 경제적 현실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 사이 떨어진 지금 집의 시세는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이 집 팔고 이사 가면 다 될 거라고 아무 걱정 없이 두 발 편히 뻗고 자게 만들며 새집 들어갈 부푼 마음에 가슴을 설레게 했었는데 지금은 매매가를 한 달에 몇백만 원씩 내려 내놓아도 파리 한 마리가 안 꼬여 나의 애간장을 녹인다.
저녁에 수영장을 갔다가 체온 유지실에서 나누는 이모님들 대화에 귀가 솔깃해진다. 초등학교 다니던 애들 벌써 그렇게 커서 시집 장가를 다 보냈냐고 이제 걱정 없겠다는 질문에 결혼시켜놓고 보니 또 결혼한 자식한테 할 수 있는 걱정이 생기더라 답하신다.
결혼 한 자식이 뭐가 걱정이냐는 말에 우리 애들은 자식 안 낳았으면 좋겠다며 둘이 마음만 안 변하면 그냥 애들 없이 잘 살았으면 싶다고 하신다. 자식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프고 손주는 나를 집어삼켜도 이쁘다는데 요즘 세상 험난하고 둘이 살기도 팍팍한데 자식까지 낳으라는 말은 나오지도 않는다며 그냥 둘이 오손도손 살기만을 바란다는 그 이모님 말을 듣고 있자니 내가 애가 여섯이라고 하면 무슨 말씀을 하시려나 싶어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들었다. 열두어 명 있는 공간에 오늘따라 사람이 많은 듯 더 화끈한 공기가 온몸을 감싼다.
나도 자식을 안 낳았으면.. 한 둘만 낳았으면 남편과 더 잘 살고 있을까?
수영을 하고 나오니 둘째에게서 카톡이 온다. 아직 숙제가 덜 끝나서 아빠랑 조금만 더 데이트를 하고 들어오란다. 덕분에 오랜만에 남편과 맥주 한잔 데이트를 하면서 우리도 애들이 없었으면 곧 입주할 아파트도 걱정 없이 들어가고 더 잘 살고 있으려나 하는 이야기를 했다. 행여나 아이들이 살아갈 앞으로의 날들이 지금 우리 팍팍하다 여기는 이 삶보다 더 고단하진 않을까 염려가 되는 걸 보니 아이를 키운다는 건 수영장 이모님들 말처럼 끝나지 않은 걱정의 연속일지도 모르겠다.
양가 부모님께 십원 한 장 손 벌리지 않고 젊은 날 치기 어린 사랑으로 결혼한 우리가 내 집마련의 험난한 길을 걷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경제적인 것을 이유로 출산을 미루는 요즘 사람들의 생각이 당연하게 통용되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
2020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데드크로스가 2022년부터는 전남에서 출산율이 1위인 광양에서도 시작되었다. 양육비를 주고 보육료를 지원하는 이러한 정책들이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하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정책인지는 모르겠지만 낳아본 자 만이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에 부딪쳐가면서도 아이를 더 낳아 키운다는 것은 분명하다. 1990년대 이전 강력히 추진한 출산억제 정책을 시작으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속도로 급속히 낮아지는 출산율을 보이는 우리나라에서 애를 여섯이나 낳아 아무리 욕심을 버리고 아끼며 살뜰히 살아도 결핍 있는 현실과 늘 마주하지만 그래도 재잘재잘 지저귀는 아이들 목소리가 있고 뭐가 그리 재밌는지 웃음소리 가득한 우리 집의 따뜻한 공기를 자녀를 포기하는 젊은 부부들도 꼭 느껴보길 바라본다.
다소 능력은 없을지라도 여섯째까지 길러본 농익은 능률을 발휘해 오늘도 여섯 아이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내는 나에게, 그리고 이 세상 모든 다둥이 엄마들에게 힘찬 마음속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