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기다리던잡 오퍼를받고도 거절한 이유
무척이나 긴 한 달이 지났다.
첫 직장에 다시 근무하고 싶다는 의사표현을 한 뒤, 자그마치 한 달이 지났다. 본래 외국계 프로세스가 다 그렇게 긴 거다 라고 생각했지만 8월 2일에 아마 일을 시작할 거란 말을 듣고도 벌써 3주가 흐른 뒤에서야 답변을 받은 나로서 든 생각과, 넘어 넘어 들려오는 그쪽 사정 가십들에 나는 스스로 마음을 정리해 버렸다.
그리고 드디어 나의 모든 걱정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국비지원 학원 수업을 시작한 어제 지난 직장의 상사로부터 콜이 왔다. 수업 중이라 받을 수 없었고, 당연한 듯 그는 카톡을 남겼다.
"시간 될 때 연락 줘"
예상되는 대화. 머릿속이 순간 복잡해졌다. 분명 잡 오퍼를 '이제야' 준다고 할 것이다. 다른 지원자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거나 또는 나를 위해서 그 자리를 지켰다거나 하는 말씀을 하실 거다.
이미 들어 알고 있다. 그는 노력하였으나 그 밑 직원들이 반대하였다고. 사실 어떠한 말도 믿지 못하고, 믿어도 소용없다. 중요한 것은 이제 나의 의사결정이고 내 마음이고 나의 선택이다.
짧은 시간 과거를 회상하고 앞으로를 그려보았다. 다시 일하고 싶었지만 또다시 같은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일은 즐거웠지만 방해 요소가 많았고 지원이 적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성장 가능성이 희박하다.
"아, 간과했다." 바로 성장 가능성. 안일하게 살아보려고, 편하게 지내보려고 익숙한 일에 쉽게 일하고 싶어서 다시 돌아가고 싶다 말했다.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가 놓치고 있던 것은 마음이 정리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길을 들어섰고 다시 뒤돌아 새로운 아니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은 너무나 인생을 짧게 보고 작은 영역 안에서 빙글빙글 맴돌겠다는 마음인 것이다.
그래서 난 그러지 않기로 했다. 지금 당장은 목이 마르고 답답하고 금전적으로 불우하더라도 그러지 않기로 했다.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다른 문을 열고 새로운 길을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올해 나는 계속 뒤를 돌아봤기 때문에 내 선택을 후회했기 때문에 심적으로 힘들었던 것이다. 이유를 모른 채 내가 왜 이럴까 고민만 했다. 내 능력이 부족해서, 내가 아직 현실감각이 없어서라고 꾸짖고 탓하며 지냈다.
다행이다. 이쯤에서 이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지난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