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주 Jul 28. 2022

난임병원2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자고 있으면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며 날 깨운다.

채취가 끝났다. 

대부분은 이제 정신을 차리고 몸을 추스리고 옷을 입고 상담실로 간다. 상담실에서 간호사선생님이 난자 채취 갯수, 시술 후 유의사항 등, 다음 진료 일자를 알려준다. 그리고나면 채취비용을 결제하고 집에 가면 된다.

난자를 냉동하면 3일후 몇개의 난자를 냉동했는지 문자로 알려주고 바로 수정란을 이식한다면 3일 후 병원에 와서 수정란을 이식하면 시험관의 과정이 끝난다. 


이게 일반적인 시험관의 과정인데 나는 조금 다르다. 



===========================================================================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난자채취가 끝난 후 환자는 상담실에서 간호사선생님을 만나거나 또는 채취해주셨던 의사선생님을 만난다. 전달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달사항은 반드시 의사선생님이 하실 필요는 없다. 

근데 굳이 지금 의사선생님이 나를 보겠다고 해? 어련히 알아서 내가 찾아갈건데? 

이건 좋지 않다. 


첫 경험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회복실에 누워있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잠시 후 의사선생님이 오실거라고 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이라 그런가보다 했다. 의사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며 내 침대 커튼을 젖히고 들어오는데 의사선생님의 표정이 좀 부자연스러웠다. 의사선생님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서주님 난자를 채취해봤는뎅 공난포가 나왔어요. 

난 의아했다. 시험관을 진행하면서 계속 봤던 초음파에선 난포가 3개나 있었는데?

난 떠듬떠듬 입을 뗐다. 저,, 그런데,, 초음파에서는 난포가 3개...

그런데 그게 난포가 아니었어요. 난포는 한개였는데 열어보니 난자가 없는 공난포였어요.  

이 미친 놈들이 난포가 아닌데 왜 난포시늉을 하고있어.

그치만 난포가 없는 건 내 잘못이기에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심란한 맘으로 옷을 챙겨입고 수술실 밖으로 나갔더니 신랑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나 난자가 안나왔대라고 말하려고 입을 떼었을 뿐인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신랑은 뭔지 알았는지 내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난자채취는 못했지만 상담실은 방문해야한다. 간호사선생님도 껄끄럽고 난 부끄럽고. 

상담실 선생님은 언제 내원해야 하는지 알려주셨다. 

비용결제를 위해 수납창구로 갔는데 마음이 씁쓸하다. 

시험관을 진행하며 몸도 상해 돈도 상했는데 내 손에 쥐어진게 아무것도 없다. 


시험관 시술은 공복에 하기 때문에 채취 후 밥을 먹는다. 

신랑이 뭐 먹고 싶냐고 물어봤다. 

몸보신해야하니까 설렁탕먹을래?  먹고싶은거 말해

없어. 뭘 잘했다고 먹어.  


이날의 기억은 너무나 고통이었는데 이후 이런 경험은 빈번히 일어났다. 

난 난자채취날에는 거의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 되었다. 

난자 채취 후 마취에서 깨면 이번엔 난자가 제대로 채취되었는지 너무 궁금하다. 그렇다고 간호사 선생님께 오늘 의사 선생님이 저를 만날 계획이 있나요?라고 물어볼 수는 없으니 다른 질문을 던졌다. 

처음에는 직접적으로 난자가 나왔나요?라고 물어봤는데 잘 모르는 간호사분도 계시더라. 난포는 나왔는데 난자는 안나온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이건 좋은 질문은 아니다. 

제일 정확한 질문은 신랑은 들어갔나요? 이다. 

아내가 난자채취를 하는 동안 남편은 수술방 밖에서 대기를 한다. 간호사 선생님은 아내의 난자가 채취되면 남편을 불러 비밀의 방으로 데리고 간다. 그러면 남편은 혼자서 정자를 생산해낸다. 

그런데 아내에게서 난자 채취가 되지 않은 경우에는 남편의 이름은 불리지 않는다. 


우리 신랑도 몇 번의 경험으로 자신의 이름이 불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자기보다 병원에 늦게 온 남자분이 먼저 비밀의 방으로 들어가면 신랑은 이번에 안됐나보다 하고 알아단다. 

그런데 우리 신랑은 입이 무거운 사람이라서 내가 난자 채취가 됬는지 안됬는지 모르고 나온 경우에도 말을 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10일간의 나의 고생은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매번 채취에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난포가 3개 있으면 최대 2개까지 난자를 채취한 적도 있다. 

그러면 그날은 하늘을 날듯이 기분이 좋다. 

그런 날은 당당하게 맛집을 검색하고 디저트까지 챙겨먹는다. 

그러나

채취에 성공했다고 바로 안도하면 안된다. 

나같은 경우는 자궁의 속도가 조금 느리기 때문에 수정란을 냉동시켰다가 이식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었다. 

수정란은 병원에서 3일동안 배양한 후 냉동을 한다. 

난자 채취 후 기분좋게 지내고 있던 어느날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병원 전화번호를 보는 순간 또 기분이 쎄했다. 

역시나.. 수정란을 냉동하려고 했는데 상태가 좋지 않아서 패기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전화를 주셨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문자를 보냈다. 

서주님 안타깝게도 수정란의 상태가 좋지 않아 냉동을 진행할수가 없었다.

보통 이런 문자는 채취 3일 후에 오더라. 

그래서 그 이후에는 채취 3일까지는 혹시나 병원에서 문자가 올까 맘을 졸여야했다. 

문자가 왔다는 진동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가 스팸문자인거 보면 기쁘기까지 했다. 


난자채취에서 수정란 냉동까지 성공하면 모든 산을 다 넘은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수정란 이식을 위해서는 전날 수정란을 해동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어렵게 모은 수정란은 3개 이식한다고 들었는데 이식 당일 2개만 이식하는 경우가 있다. 


해동하는 과정에서 수정란이 움직임을 멈춰 폐기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끝이 없다. 

나중에는 시험관의 과정이 몸이 힘든 것보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과연 난자가 채취될까? 수정란이 냉동될까? 냉동된 수정란이 잘 해동될까?


그래도 난 시간이 없으니 힘들다고 멈출 수 없었다. 힘든 건 힘든거고 시험관 하는 건 하는거고. 

좌절감은 기꺼이 떨쳐버리고 또다시 도전한다. 

작가의 이전글 전참시 이효리와 홍현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