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아지는 밤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20살이 넘어서 가끔 사주를 보던 점을 보던
직업운에는 늘 선생님이 있었다.
엄마를 따라간 절에서
한 스님은 나에게
선생 밖에는 할 일 없다는 말씀을 하셨다.
(나쁜 의도도 없는 나이 많은 어르신의 말씀으로 이해해 주세요)
나는 그 말이 정말 싫었다.
선생님만큼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초중고생이
이 세상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어른은
부모님과 선생님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선생님은
적어도 학생들 앞에서는 인격자이어야 하며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으며
감정적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에 대한 기준치가 높은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런 내가 서른 넘어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고등학생이었다.
교단에 처음 서는 날,
나는 학생들에게 자신 없음을 고백했다.
좋은 선생님이 되어 줄 자신은 없지만
내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너희에게 상처 주는 행동을 했다면
혼자 힘들어하지 말고 알려 달라고,
그러면 꼭 진심으로 사과하겠노라 부탁했다.
그리고 대학원을 가고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늘 나보다 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가르쳐왔다.
일본어 이외에는
내가 늘 그분들에게 배움을 얻고 있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그때는 두려움과 걱정보다는
모교에서 강의를 하고 싶다는 나의 꿈을 이룬 것이
마냥 기뻤고,
대학생들의 지식에 대한 니즈를
내가 다 채워줄 수 있을까 하는
처음과는 다른 걱정도 했다.
그리고 학생들을 만나는 날이 점점 가까워져 오면서
스스로에게 한 약속 하나가 있었다.
좋은 스승이 되어주지는 못하더라도
상처 주는 어른은 되지 말자.
학생들은 나의 노력을 알아주듯
강의 평가에 늘 장문의 편지를 써 주었다.
그들의 글에 내가 위로를 받았던 이유는
'우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알아요'
라는 메시지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나는 다음 학기에도 그다음 학기에도
그 글들을 받고 싶어서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유독 이번 학기는 힘에 부친다.
생각이 많아진다.
더 이상 노력으로 좁혀갈 수 없는 시대와 세대라는 벽인지
나의 부족함인지
어떠한 반응을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는 순간들이 찾아오면
나라는 한 사람의 감정이 올라왔다가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나의 자아가 죄책감을 느낀다.
이 글 또한 마음이 가라앉고 나면
후회하게 되겠지...
그래도 또 내일은 아이들이 예뻐 보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