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by 엄서영



< 낙엽 >





나는 아무런 미련이 없습니다


사나운 태풍도

나를 떨어뜨리지 못했습니다


푸르르던 날들

나의 이파리들은

바람이 전하는 소리에

검푸르게 짙어져 갔었습니다


지난봄 연둣빛 꿈으로 태어났던

아주 작은 새싹이던 때

햇살 반짝이던 세상은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여름날 무성했던 잎사귀들은

매미들의 아우성에

가슴 들뜨기도 했었지요


뜨거운 태양은

싱싱하던 날들을

붉게 물들여놓았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단풍처럼 황홀한 생의 환희를

그 덧없는 아름다움을


이제는 떠나려 합니다

단지 가난한 메마름으로

그리움은 그대에게 드리겠습니다


꼬옥 움켜쥐고 있던 손을 펴서

훌훌 떨어져 내려

즐겁게 굴러다니겠습니다








-[그래도 인생은]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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