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도서관에서 집으로 오면서,
저녁에 먹을 반찬으로 버섯볶음과
냉동 동그랑땡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왔는데, 나를 맞아주는 딸에게
얘기했더니 벌써 다 해놓았다고 말하며
웃는다.
어? 어떻게 알고 했어?
엄마가 아침에 나가면서 4시에 와서
저녁준비 할 거라는 말에 눈치를 챘죠~.
그래서 아픈 엄마가 하시기 전에
내가 다 미리 해 버렸어요~.
어머나, 그랬구나~, 아유 고마워라~.
나는 딸이 대견해서 웃고,
딸은 자기가 했다는 뿌듯함에 웃고,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며 환하고 밝게
소리 내어 웃었다.
벌써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딸인데도,
나의 눈엔 아직도 아이 같기만 한데,
사위와 함께 아이를 키우고 돌보는
모습을 보면, 그 시달림에 안쓰럽기도
하면서, 기특하고 대견한 마음이 든다.
내가 아프기 전에는 식사준비와
설거지는 전적으로 내 담당이었는데,
내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밥은 남편이,
반찬은 딸이, 설거지는 사위의 담당이
되었다.
이제 요양병원에서도 퇴원을 했으니
힘든 일은 못하고 반찬준비나 하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딸이 선수를 쳐서
내가 할 일이 없게 되어 버렸다.
남편은 내가 요양병원에 있는 동안
냉장고 방에 있는 잡다한 것들을
정리하다가 내가 일 년 전에 사두었던
말린 시래기를 발견하였는데,
AI에게 말린 시래기를 손질하는 방법을
물어본 후. 일요일인 어제 그걸 직접
물에 불리고, 그다음 몇 시간을 삶아서
깨끗하게 씻고, 물기를 손으로 꽉 짠 후
먹기 적당한 분량으로 소분해서
냉장고에 넣어 놓았다.
남편은 이 일을 하면서 전혀 생색을
내거나 하지 않고, 아주 조용히
해내는 것이었다. 묵묵히 다 끝내고
와서 "이제 나도 잘할 수 있겠지?"
라고 하면서, 나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 주는 것이었다.
나는 갑자기 철이 든 아들을 보듯이
대견하고 고마운 마음에, 뽀뽀도
해주고 엉덩이도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남편과 나는 동갑내기인데,
남편이 6개월 먼저 태어났다고
오뉴월 하루빛이 어딘데 하면서
오빠 행세를 하려고 하지만, 나는
남편이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 같고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