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극단을 통찰한다
4월 17일 두바이 상공을 떠나 케냐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CNN 뉴스를 시청했다. 미국의 미디어는 자국의 대통령과 가톨릭의 수장인 레오 주교의 정치 쟁점과 상반된 행보에 관해 비중 있게 다루었다.
레오 교황이 아프리카 순방길에 올랐으며 카메룬에서 한 연설을 소개하면서 ‘한 줌의 세력밖에 안 되는 폭군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음을 강조했다. 가톨릭 교회는 현 상황을 무력과 자본을 움켜 쥔 정치권력자들이, 군산복합체와 에너지 이권, 지정학적 패권 경쟁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전쟁을 하나의 사업모델로 기능시키고 있다고 보았다.
교황이 지적하는 지점은 이들이 자신들의 시커먼 의도를 ‘신의 이름’을 빌어 성스러운 사명처럼 둔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신의 이름을 도구화하는 모든 권력을 거부하고 생명의 편에 선다는 신념을 밝혔고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힘이 아니라 양심이라는 고백을 한 것이다.
교회의 자리는 강한 자의 편이 아니라 상처 입은 자의 편이라고 말하는 미국출신의 종교지도자.
전쟁 이전에 아프리카 케냐 방문이 예정되어 비행 편을 예매해 두었다. 전쟁의 여파로 두바이 마저 심한 타격을 받아 이곳을 경유해야 하는 비행 편이 안전할지 계속 의구심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서야 하는 여정이었고, 걱정과는 다르게 공항은 예전의 평온함과 활기를 되찾은 분위기였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에 막힌 세계 경제는 가난한 국가와 국민들을 더욱 궁핍한 상태로 내몰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었다. 베트남의 교통량이 반으로 줄어들었고 케냐에서는 석유값이 상승했다.
한 나라의 정치 지도자는 세상을 긴장과 불안 폭력과 파괴로 이끌고 있는데, 같은 나라의 종교지도자는 가장 궁핍한 아프리카대륙을 방문해서 위로와 평화 희망을 전하고 있다.
부와 권력이 평화를 위협하고 있고, 파괴와 전쟁을 위해 돈을 쓸게 아니라 치유와 교육을 위해 투자해야 함을 강변하고 있다.
권력을 선택한 책임은 국민에게 있고, 다수의 선택에 의한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서있다.
민주주의가 건강성을 잃어버리고 형식만 남았을 때가 위험하다. 다수의 침묵은 중립이 아니다.
침묵은 공범이 되는 것이다.
서울을 출발해서 두바이까지 10시간의 밤비행을 했고, 5시간의 대기와 5시간가량의 케냐행 비행으로 몸이 눅진한 상태로 나이로비에 내렸다.
지난 주간엔 미국 법무부에서 법조인으로 일하는 조카가 로펌으로 직장을 옮겼다는 말을 들었다.
미국 역사상 유례없이 시민에게 충성한다는 서약 대신에 현지도자에 충성하라는 맹세를 강요받았고 그럴 수 없어서 자신도 옷을 벗고 나온 사람중 하나가 되었다는 말이었다.
뉴스로만 들었던 이야기가 조카의 일일 줄은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상에 끼치는 영향력이 심히 크다는 것을 느끼고 동일하게 한 리더의 가치와 품격이 어떤 파장으로 이어지는지 온몸으로 체감하는 현실이다.
비행의 여파로 몸이 노골노골 하지만 건강한 정신과 세계시민의 가치와 신앙의 양심이 얼마나
중요하고 숭고한 것인가를 깊이 되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