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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뮹뮹 Mar 11. 2017

피치카토를 두고 왔어요

첼로는 메는 것이 더 좋았다

엄마는 첼리스트가 되고 싶어하셨다. 엄마 달리 나는 첼로에 전혀 재능이 없었다. 나는 첼로를 켜는 것보다 첼로를 메는 것이 좋았다. 묵직한 첼로의 무게가 어깨를 누르면 어쩐지 누군가 나에게 업힌 기분이 들었. 어떤 것의 무게를 온전히 견뎌낸다는 것이, 왜인지 모르게 좋았다 라고 밖에 표현이 되지 않는다.


중학교 때까지도 나는 오케스트라에서 첼로를 했었는데, 우리 첼로부원들은 6명이서 학생주임 몰래 외부음식을 시켜먹곤 했었다. 그 날은 내가 당첨이 되어서 빈 첼로케이스를 들고 학교 밖으로 달려나가서 피자랑 콜라를 꾸역꾸역 첼로 케이스 안에 집어넣고 재빠르게 다시 교문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딱 학생주임쌤한테 걸리고 말았다. 학생주임 선생님이 눈을 부라리면서
'너 지금 어디 갔다와!!' 라고 호통을 치셨다.

얼버무리면서

'아, 집에 첼로...용품을 놓고 와서요.' 라고 변명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첼로? 첼로 용품 중에 뭐?'

이러시길래 너무 당황스러워서 음악 용어 중에 그 때 가장 빨리 떠오른 복잡한 단어를 말했었다.

'아, 피치카토를 놓고 왔어요.'

피치카토는 활 대신 손가락으로 현을 튕겨서 연주하는 방법으로, 맥락으로 살피자면 '저 스타카토 놓고 왔어요.'랑 비슷하다. 내 순발력에 감탄하면서도 어떻게 될까 가슴이 조마조마 했는데 학생주임 선생님의 인상이 확 찌뿌려지셨다. 그래서 아, 망했구나 싶어서 땅바닥만 쳐다보고 있는데 선생님이 갑자기

'음 그래...피치카토....중요한거지. 다음부터는 까먹지 마라.' 이러고는 보내주셨다.

피자를 먹으면서 아까 일을 말씀드리니깐 한 선배는 콜라 분수를 뿜으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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