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그 지독한 자식
집을 고르는 기준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돈이라는 무적의 절대명제를 제외한다면······.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첫 번째 기준은 채광이요,
두 번째 기준은 층고요, 세 번째 기준은 산책할 공원이나 책을 빌려 읽을 도서관 같은 주변 환경인데,
어제를 기점으로 우선순위에 오른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소음이다.
약 1년 3개월째 살고 있는 구축형 복도식 아파트는
지은 지 하도 오래되어 여러 사람이 밟고 다닌 수십 년 세월에 풍화, 침식, 등등이 일어나며 무슨 작용이던지 간에 특히 소음에 취약하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의례적으로 경비실에서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을 굳이, 주기적으로 방송도 한다.
치익······치익······우리 아파트는 지어진 지 오래되어······소음에 특히 취약하오니······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조차 소음이긴 피차일반이어서 불시 간에 닥쳐오는 방송에 소스라치던 동거인은 모래색 박스테이프를 좍좍 찢어서 천장에 달린 스피커를 가렸는데,
저런다고 아예 소리를 차단할 수도 없거니와 이 집안의 낡음이 한껏 돋보인다는 점에서 미적으로나 인테리어적으로나 무척 마이너스인 부분이 아닐 수 없고······.
얼마나 소음이 잘 들리느냐면 심지어는 어느 집 아무개가 손톱 다듬는 소리(딸칵 딸칵)와 변기 물 내리는 소리(콰아아)까지 들릴 정도이다.
저런 생활소음은 참을 만 하지만 정말 싫다, 싫어! 하고 외치게 되는 것은 사람들 싸우는 소리이다. 왁왁 고함소리, 따지는 소리가 나면서 의자 따위의 가구가 바닥에 우당탕 내팽개치는 소리라도 들리면 저걸 신고를 해 말아, 누가 다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까지 더해져서 심장이 벌렁거린다.
끊길 듯 끊기지 않게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소음은 심장 떨리진 않지만 치를 떨리게 한다는 점에서 같다.
쿵, 쿵, 쿵······누가 이 새벽에 절구질을 하는 것인가.
절굿공이에 마늘이나 깨라도 빻는 건가?
새벽부터 일어나 부지런히 도마질을 하는 건?
머릿속에서는 이미 기다란 장대를 가져와 천장을 치며 엄중한 경고를 날리고 있다. 우리 집에 그런 길쭉한 게 뭐가 있지, 하며 살림살이를 되짚어 본다. 장대는 없고······밀대?······도 없고, 청소기 아니면 장우산?
책도 읽어보고 유튜브 뮤직도 들어본다. 집중과 또 다른 소리로 이 소음을 덮으며 어떻게든 벗어나보려 애쓴다. 끊어졌나 하면 다시 들려오는 쿵, 쿵, 쿵, 소리에 길쭉한 걸 찾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이성의 끈이 툭······끊어지고 어느새 나는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으로 미친 듯이 벽을 내리치고 있다.
닥, 쳐, 라!
닥, 쳐, 라!
모든 것을 부숴버릴 것 같은 분노가 전달되었는지 지독하던 그것이 잦아들었다. 다시 평화롭게 책으로 눈을 돌리는데······또, 또다. 머뭇거릴 것도 없이 휴대폰 모서리로 냅다 벽을 갈긴다.
이제 다른 집에서도 내게 가세하여 뭐라 뭐라 고함이 들려온다. 옆집 할머니의 목소리가 틀림없다.
그녀가 나의 전우임을 인지한 나는 더욱더 기세 좋게, 맹렬하게, 소음이 조금이라도 들릴라치면 휴대폰을 집어든다.
아아, 평화롭다······.
이제야, 새벽 5시 30분에 이제야!
소음이 사람을 돌아버리게 할 수 있는가?
정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