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라이프 63일차
일본에 온 지도 어느덧 2달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일본에서 마주한 많은 것들이 신기하게 다가왔지만, 이제는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흥미로운 일본의 문화들이 많아 가끔씩 새롭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그중 몇 가지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회사에서 점심 시간에 밖으로 나가면 종종 신기한 광경을 마주하곤 한다. 바로 많은 가게 앞에 도시락을 진열해 놓고 판매하는 모습이다. 한국에서도 포장이나 배달을 통해 도시락 형태의 음식을 접하는 게 익숙하지만, 일본에서는 미리 음식을 만들어 진열해 두는 방식이 참 독특하게 느껴졌다.
이 방식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먼저, 비교적 한가한 시간대에 음식을 미리 준비해 두기 때문에 바쁜 점심 시간에는 빠르게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모든 도시락이 판매되지 않을 경우 처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음식이 점점 차가워지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워낙 일본에서는 도시락 문화가 오래 정착되어 있다 보니, 한국보다 음식이 약간 식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 사람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문화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서는 마트나 식료품점에서 오후 7시가 넘으면 포장된 음식을 할인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이렇게 판매하면 뭐가 남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미리 음식을 만들어 진열해 두는 문화와 연결해 생각해 보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미리 만들어진 도시락이나 반찬을 진열해 판매하는 방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남은 음식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재고를 최대한 줄이고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저녁 시간이 되면 할인 행사를 통해 빠르게 판매하려는 것 같다. 자취를 하는 나로서는 이 시스템이 너무 유용하고, 알뜰하게 식비를 절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특히 여행객들에게도 이런 마트 세일은 정말 추천할 만하다. 여행 경비를 줄이면서도 일본의 다양한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경험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일본에 오기 전, 일본에서 거주했던 동료가 "일본은 인도 커리가 정말 싸고 많으니 꼭 드셔보세요!"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인도 커리를 정말 좋아해서 한국에서는 꽤 비싼 가격에도 자주 먹곤 했던 나로서는, 설레는 마음으로 일본에 도착했다. 그리고 정말 동료가 했던 말처럼 일본에서는 거리를 걷다 보면 인도 커리 가게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심지어 난 역시 주변 마트나 무인양품 같은 곳에서도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가격 또한 한국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약 만 원이면 배부르게 커리와 난은 물론 망고 라씨까지 즐길 수 있는 것이 놀라웠다. 한국에서도 마라탕처럼 외국 음식을 현지화하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일본은 이미 일본식 커리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데도 인도 커리가 이렇게 널리 퍼져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왜 일본에서는 인도 커리가 이렇게 사랑받고 흔한 음식이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