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 4년 차, 나는 이제 주니어를 벗어나 시니어로 나아가는 미들 디자이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하나씩 채워 나가며 내 강점을 찾아가고, 디자인의 재미를 느끼면서 일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많은 변화와 사건들을 경험했다. 그중에서도 AI의 등장은 내 디자인 인생뿐만 아니라 삶 자체를 크게 바꿔 놓은 가장 큰 변화였다.
처음에는 AI를 단순한 도구로 여겼다. 하지만 점차 업무에 활용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어느새 내 작업의 50% 이상이 AI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AI가 가져다주는 혁신적인 가능성을 경험하는 동시에, 그로 인해 발생하는 어두운 면도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현재 회사에서 주로 프로모션에 필요한 이벤트 페이지 제작과 상품으로 판매되는 스티커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업무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그래픽 작업이다.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고, 원하는 비주얼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AI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그래픽 작업뿐만 아니라 보고서 제작 및 기획 과정에서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문서화하고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GPT를 사용해 논리를 검토하고, 데이터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며, 수정하는 과정까지 거친다.
이를 통해 나는 더 높은 퀄리티의 작업물을 생산하면서도, 다양한 가설을 검증하고 최적의 방향을 찾는 과정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내 가장 큰 장점은 부족한 부분을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수행하는 업무에서 그래픽 작업이 매우 중요하지만, 나는 기획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더 강한 편이다. 따라서 부족한 그래픽 역량을 AI를 활용해 보완하면서, 보다 완성도 높은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많은 기업들이 적은 리소스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하는데, AI를 활용하면 이러한 리소스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동시에 떠오르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싶은 욕심도 크다. 이를 위해 AI를 활용하여 업무를 효율화하고, 새로운 도전들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사실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점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AI 덕분에 내 삶은 긍정적으로 변화했고, 회사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AI 사용에 대해 조심스럽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AI를 사용함으로써 학습과 경험의 기회를 건너뛸 수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보기에는 세련되고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정작 내면의 깊이가 없는 디자이너가 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은 단순히 시각적 완성도가 아니라, 학습과 경험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올바른 선택을 내리는 과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 없이 AI를 사용하면, AI가 제시하는 작업물이 항상 최고의 선택이라고 여기게 되고, 결국 AI를 통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나는 운이 좋게도 AI를 만나기 전, 그래픽 실력이 뛰어난 사수를 만났고, 그분께 정말 스파르타식 훈련을 받았다. 그때의 훈련 덕분에 지금 AI를 활용해 그래픽 작업을 할 때도 기본이 탄탄하게 잡혀 있어, 더욱 높은 퀄리티의 작업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당시에는 너무 힘들어서 디자인을 그만둘까 고민했던 적도 있지만, 지금 돌아보면 사수분께 무릎 꿇고 절을 하고 싶을 정도로 감사한 시간이었다. 그때의 경험이 없었다면 AI를 활용하더라도 지금처럼 깊이 있는 작업을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할 때는 AI 사용을 일부러 제한하거나, 이론 공부를 더욱 탄탄하게 다지는 방향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 AI가 편리한 도구이긴 하지만, 결국 내가 직접 배우고 경험한 것들이 디자인의 본질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요즘 들어 AI가 우리의 업무를 모두 대체할지, 아니면 단순한 한순간의 트렌드에 불과할지에 대한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 신중해야 하는 일이지만, 적어도 디자인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더욱 큰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과거에는 포스터를 만들기 위해 직접 붓과 물감을 사용해야 했지만,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그래픽 작업이 가능해졌듯이, 시대의 발전에 따라 피할 수 없는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디자인은 단순히 시각적인 요소를 만드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경험을 설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시대에 따라 디자인 방식과 도구는 변화하겠지만, 여전히 디자인은 모든 일과 생활 속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남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업무 방식과는 다를 수 있지만,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진화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가능하면 오랫동안 디자이너로 남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