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디자이너의 고민(1)

마케팅 & 프로모션 주니어 디자이너 일기

by 올리고당

작년, 회사 프로그램으로 3개월 동안 일본에 머물며 일본 문화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평소에 조금 예민한 편이라, 새로운 환경에 있을 때면 작은 차이에도 금세 낯설게 느낀다. 그런데 나는 그 어색함이 재미있다. 왜 다른지, 그 이유를 하나씩 찾아보는 과정이 즐겁다. 그때의 생각들을 글로 옮기며 내가 느낀 어색함을 기록하고 나누는 일이 참 좋았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바로 ‘내 일’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IT 회사에서 마케팅과 프로모션 디자인을 하는 3년 차 디자이너다. 이벤트 페이지를 만들고, 배너를 디자인하고, 가끔은 AI를 활용해 그래픽 작업도 한다.


나는 내 일을 꽤 사랑한다. 일이 많아 정신이 없을 때도 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결과물이 잘 나올 때면 아직도 설렌다. 가끔은 주말이 길게 느껴질 만큼 빨리 회사에 가서 결과를 보여주고 싶은 날도 있다. 그렇지만 그 마음 속에도 작고 무거운 고민들이 늘 함께 있다. 오늘은 그 이야기들을 조금 꺼내보려 한다. 3년 차 마케팅 디자이너의, 아주 사적인 고민들 :)




단점을 보완할 것인가, 아니면 강점을 키워야 할 것인가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단점과 강점을 가지고 있다. 둘 다 챙기는 게 맞고 예전 팀장님께서는 더 높은 디자이너가 되라면 두가지 모두 노력해야한다고 말씀하셨지만 , 그래도 한 가지에만 몰두한다면 나는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고민이다.


나는 디자이너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시각적으로 엄청난 퀄리티를 내는 사람은 아니다. 사실 학창시절 때 제일 싫어했던 과목도 미술이었다. 내가 디자인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조금 다르다. 난 머릿속에만 있던 상상을 눈앞의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좋았고 주변사람들의 꿈을 현실로 실현시켜주는 일이 좋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써보겠다!) 그리고 그 멋진 꿈들을 더 많은 사람에게, 더 효과적으로 보여질 수있도록 전략을 짜고, 리소스를 관리하는 일이 나에게는 재미있었다. 또 내가 잘하는 일이고 회사에서도 그런 점을 감사하게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주니어로서 시각적인 완성도를 더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할지, 아니면 내가 가진 강점을 더 극대화하는 쪽으로 가야 할지.. 어느 쪽이 지금의 나에게 맞는 길일까? 요즘 내 머릿속을 가장 오래 머무는 고민이다.




디자인의 성과를 어떻게 말할수있을까


디자인의 성과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디자인이란 건 참 수치로 표현하기 어려운 일이다. 내가 만든 이벤트 페이지의 반응이 좋았다고 해도, 그걸 온전히 디자이너의 성과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건 늘 어렵고, 쉽게 정리되지 않는 문제다. 그래도 나는 디자인의 ‘힘’을 믿고있고 회사에 이바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디자인이 성과로 드러날 수 있는 방법들을 계속 찾아보고 있다.


처음으로 찾은 건 리소스 효율화였다.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업무를 소화할 수 있게 되면, 그건 명확히 수치로 보일 뿐 아니라 팀 전체의 결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디자이너에게도 분명한 성과로 남는다.

요즘엔 또 다른 실험을 하고 있다. 그래픽 스타일에 따라 유저 반응이나 매출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디자인을 통해 참여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살피는 일이다. 만약 매출과의 연관성을 증명할 수 있다면, 언젠가 매출이 올랐을 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번엔 우리 디자인팀도 한몫했어요!” 그 말을 당당히 할 수 있는 날을 위해 오늘도 실험하고, 분석하고, 배우고 있다.




내 2차전직은 어디?


나는 사실 디자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에 흥미를 느낀다. 디자이너가 되기 전에는 1년 동안 마케터로 일했었고, 지금도 프로덕트팀이 하는 디자인 시스템이나 템플릿 제작 같은 일에도 큰 관심이 있다. 또 내가 디자인하는 상품을 직접 기획하고 결과를 보고 분석하는 과정도 정말 흥미롭다. 그런 걸 할 때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다. 그래서인지 지난 3년 동안 내 머릿속엔 늘 '한번 프로적트 디자이너가 되볼까?', '마케터로 다시 돌아가볼까?' 란 여러 생각들이 뭉실뭉실 생기곤했다. 주변을 보면, 같은 자리를 꾸준히 지키며 깊이를 만들어가는 디자이너도 있고, 브랜딩 쪽으로 확장하는 사람, 혹은 기획자로 전향한 선배들도 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마치 게임 속에서 “2차 전직”을 앞둔 캐릭터가 된 기분이 든다. ㅎㅎ


지금 나는 여전히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이 좋다.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고, 동시에 디자이너의 역할이 더 확장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늘 함께한다.




이렇게 내 고민에 대해 정리해 글로 써본 건 처음이다. 쓰는 동안 마음이 조금 가라앉고, 복잡했던 생각들이 차분히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참 좋았다.

그리고 문득,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또 선배 디자이너들의 조언도 마구마구 듣고 싶다. 만약 우연히 이 글을 스치듯 발견한 디자이너가 있다면, 언젠가 함께 고민을 나누고, 대화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