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강아지, 무지개다리

by 올리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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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나는 이상한 습관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어떤 걸 너무 좋아하면, 나도 좋아하다가 어느 순간 마음이 식었다. 그게 양보였는지, 아니면 그냥 나만의 괜한 허세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도 그랬다.


첫째 언니와 둘째 언니는 매일 밤 “오늘은 내가 아롱이랑 잘 거야” 하며 싸우곤 했다. 나도 처음엔 그 싸움에 끼어들었지만, 점점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언니들보다 덜 좋아하는 척하면서, 적당히 거리를 둔 채로 아롱이를 바라봤다. 사실 싫어한 건 아니었다. 그냥,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언니들이 모두 결혼을 하고 나서, 집에는 나와 아롱이 단둘만 남았다. 노견이 된 아롱이는 침대에서 자다가 떨어질까 봐 같이 잘 수도 없었지만 그 대신 밥을 챙겨주고, 목욕을 시키고, 이전보다 훨씬 자주 안아줬다. 건강했을 때보다 조금 더 애정이 생겼던 것 같다.


그리고 어제 새벽, 아롱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스무 살이었다. 마지막까지 밥도 잘 먹고, 목욕도 잘하고,조용히, 정말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을 마무리했다. 몇 번의 짧은 울음소리 후, 앉아 있다가 천천히 쓰러지듯, 그렇게 떠났다. 마치 ‘이제 됐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조용하고 고요하게 아롱이와의 추억은 많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내가 힘들던 학창시절이다. 집에서 혼자 울고 있을 때면 신기하게도 아롱이가 내 옆으로 와서 팔을 비집고 들어와 품에 안겼다. 내 손을 핥고, 꼬리를 흔들며, 내 얼굴을 슬쩍슬쩍 보면서 눈치를 살폈다. 그 순간마다 나는 정말 큰 위로를 받았다. 세상에서 몇 안 되는, 이유없이 진심으로 나를 위로해주는생명체였다.


아롱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나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슬픔보다도 감사함이 먼저 들었다. “지금까지 고마워. 수고했어.” 그 말만 계속 마음속에서 맴돌았다.


가족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당진에 있던 언니도 두 시간 넘게 달려와 우리 가족 모두 함께 마지막 인사를 했다. 가족들이 함께하니 그 자리가 더 따뜻했다. 우리는 함께 울기도 했지만, 아롱이를 떠올리며 웃기도 했다.

순간, ‘언니들이 있어서 참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무 해 동안, 아롱이 덕분에 웃을 일이 많았다. 이유 없는 사랑을 배웠고, 아무 조건 없는 위로를 받았다.

정말 고마워, 아롱아.
수고 많았어.
이제 편히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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