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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뿌악 Oct 04. 2022

친구가 없습니다만

친구 없는 사람의 변명

인터넷에서 우연히 [친구 없는 사람 10가지 특징]을 보는데 조금 언짢다. 남의 기분을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를 오픈하지 않는다. 인간미가 없다. 남에게 관심이 없다. 자의식 과잉이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 상당히 언짢네. 이 자식들 어떻게 알았지.


친구가 없는 이유 배려심이 없어서 그렇다는 글에는 무엇이 함축되어 있는가. 친구가 많은 것이 좋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런데 친구가 없어서 좋은 점도 있다. 친구가 없는 이유에 대해 변명을 해본다.




먼저 나는 친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몇 명 있다. 알고 있는 친구가 좀 있는데, 자주 연락을 하지는 않으니 어쩌면 지인에 가까울 수 있겠다. 내가 친구가 없다는 의미는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들이 좀 있었는데, 이제 좀 멀리하려고 한다. 이제는 공유할 수 있는 일상이라는 것이 조금은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과거에 학생 시절에는 우리들이 공유하는 일상이 마냥 가볍고 즐겁고 달콤하기만 했다. 실패 경험도 성공 경험도 마냥 즐거웠다. 시험 망했다 ㅋㅋㅋㅋ 야 게임이나 하러 가자. ㅋㅋㅋ 소개팅 망했다. 마냥 웃기고 즐거웠다.


이제는 그런 이야기들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오랜 기간 시험을 준비한 친구가 이번에도 시험을 잘 못 봤다고 하면 숙연해진다. 결혼을 염두에 둔 사람과 헤어졌다는 친구의 소식을 들어도 마찬가지다.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도, 축하와 동시에 자신의 상황과 비교하게 된다. 가벼운 이야기를 깔깔깔 하려 해도 세월의 무게에 우리의 대화도 마찬가지로 무거워진 것 같다.




가까운 친구들과 일상을 공유하는 것을 멈추니 잡념이 많이 사라졌다. 쓸데없이 남과 비교하는 것도 줄어들었다. 이런 걸 보면, 친구가 없는 것도 나쁘지 않다.


친구들과 일상 얘기를 하는 것 대신에 인터넷 세상에 생각을 쓰기 시작했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내 이야기가 듣기 싫으면 [뒤로가기] 누르면 된다. 좋으면 하트 누르면 되고. 서로 감정 상할 일 없고 머리 아플 일 없다.


변명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정답은 없다. 인간은 결국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명제가 거슬리긴 하지만 아직은 찮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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