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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젝트홀릭 Mar 04. 2019

대학교 "cc박스"영업, 축제의 커플 메이커가 되다.

기타 '끌림 프로젝트' 씨씨박스 프로젝트

“여기 씨씨이신 분들 있으세요?”
 대학교 3학년, ‘10만 원 창업 프로젝트’라는 수업 개인 pt에서 내가 청중들에게 물은 질문이다.
 
 이 수업은 각 팀에게 10만 원이라는 금액을 주고, 그것으로 수익을 만들어내는 수업이었다. 그래서 작은 돈으로 이익을 조금이라도(적자라도) 실현해보는데 목적이 있었다. 개인이 아이디어로 팀을 모으거나, 아이디어가 있는 팀에 합류하는 구조에서, 내가 팀원들을 모으기 위해 제안했던 아이디어는 이랬다. 
 ‘대학교 씨씨 만들어주기 프로젝트’ 
 씨씨를 만들기 위한 총 세 개의 아이디어를 ‘씨씨인 분들이 있냐’는 말과 함께 제안했고, 운 좋게도 내 아이디어는 꽤 인기가 있어, 성공적으로 팀을 이룰 수 있었다.
 

지금보면 창피한 이때 피피티 ㅋㅋㅋㅋㅋㅋㅋㅋ




팀원들과의 회의 과정에서 많은 아이디어가 다시 나오고 버려지고, 결국 내가 생각했던 세 가지 중 한 가지만 팀 프로젝트로 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씨씨 만들어주기 프로젝트 중 ‘씨씨박스’.
 
 씨씨박스는 굉장히 간단한 방식이었다. 학교 축제 때를 이용하여 씨씨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번호를 통 안에 받아 넣거나 뽑게 한다. 통 안에 자신의 번호를 넣는 사람들은 누군가가 뽑았을 때 연락이 닿는 구조고(수동적인 구조), 자신이 뽑는다면 자신이 직접 연락할 수 있는(능동적인 구조) 방식이었다. 통 안에 넣을 때나 뽑을 때 각각 돈을 받아서 돈을 버는 구조로 하였다.
 우리가 필요한 건 단순히 통 한 개였고, 통을 꾸미는 종이 정도, 포스트잇과 펜 정도가 필요했다. 요새에는 이런 게 좀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때에 나는 이런 것들을 내가 순전히 생각해내서 수익을 올리는 거라 미친 듯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10만 원을 쓰라고 했는데 통을 빌리면 2만 원도 안 쓰겠는데? 이거 완전 남는 장사잖아?”
 

씨씨 박스 사진. 남의 동아리 가서 빌린 통 + 포스트잇 + (빵끗) 등의 꾸밈 요소들


 기숙사 축제에서 시범을 보인 후, 대망의 축제 날.
 중요한 것은 바로 영업력이었다. 어렸을 때라 좀 더 뻔뻔했는데 나와 팀원 한 명은(팀원은 4명이었으나 2인 1조로 행동했다. 4명이 가면 부담스러울 게 뻔했기 때문에) 축제에 쫙 깔린 주점의 테이블을 일일이 들며 씨씨박스, 즉 번호 교환 통에 참여하기를 권유했다.
 여기서 우리가 쓴 영업의 패턴은 이랬다.
 


 1) 커플이냐고 물어본다.
 처음 시작은 커플이냐고 물어본다. 커플들은 우리의 타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솔로세요?’라고 물어보는 것은 누군가에겐 왠지 부정적이게 들릴 수 있기 때문에, 커플인지를 묻는다.
 그러면 사람들은 아니라고 하거나 슬퍼했다.
 
 2) 대학교에서 씨씨 한 번 해봐야죠~! 이러면서 회유한다.
 대학교에서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은 씨씨에 대한 환상 하나쯤은 있을 거다. 그런데 맨날 학과 생활에 나이 차면 미팅도 안 들어오고, 솔로면 외로울 바. 사실상 과씨씨, 미팅 아닌 고학년들은 축제 때 씨씨가 탄생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의 그 심리를 노려서 우리는 사람들이 씨씨박스를 보고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이 드는 것을 노렸다. 이때에 포인트는 절대 강요하는 느낌이 아니고 장난스러운 느낌이 들도록 했다. 저렴한 기회에 간편한 방식, 흥겨운 축제 분위기에 취해 딱 ‘한번 해볼까.’ 정도로 말이다. 


3) 번호를 넣는 사람과 뽑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기억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우리의 씨씨박스는 한 통에 ‘번호를 넣고, 번호를 뽑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물론 자신의 번호도 넣고, 다른 번호도 가져가는 것을 동시에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하나씩 하는 사람들은 원하는 게 다르다고 생각했다. ‘번호를 넣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연락이 오기를 바라는 사람’. ‘번호를 뽑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연락을 하는 사람’. 뭔가 사회구조상 남자가 여자에게 연락하는 게 좀 많다 보니 번호를 뽑는 사람은 주로 남자, 번호를 넣는 사람은 주로 여자였다.(내 아이디어였지만 굉장히 이성애 중심적인 아이디어이긴 하다..) 하지만 사회적인 통념보다는 개인의 성향이 가장 크게 작용하니, 눈치껏 그 사람이 원하는 바를 캐치하려고 해서 권유했다. 아, 그리고 넣는 사람과 뽑는 사람과 관계없이 큰 걸 하라고 제안한 다음에 안되면 ‘작은 거라도 해보지 않겠니?’라는 작전도 굉장히 효율적이었다.


 4) 할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은 주변 친구들을 적극 공략한다.

 사람들에 따라서 적극성은 천차만별이었다.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으나 관심 없는 사람들은 고객이 아니니 넘어가고,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넘어가고, 문제는 할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이었다. 고민하는 사람들은 눈치상 ‘왠지 하고 싶은데 망설여지는 타입, 주변 사람들과 같이 있어서 참여해보기 민망한 타입’등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연애할 때 옛날에 뻔한 레퍼토리로 ‘상대방의 주변 사람들에게 잘해줘라’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것과 비슷한 맥락인가 보다.
 친구한테 오히려 “친구 솔로인데 커플 만들어주고 싶지 않냐.’ “친구를 위해서 씨씨박스 한번 뽑아봐요!”이런 식으로 하면 친구든, 당사자든 금방 넘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친구들을 부추기면 친구들이 당사자를 하게 만들고, 혹은 직접 내주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5) 술자리를 적극 공략했다. 축제는 술자리고 들썩이는 사람들이 많다.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길거리에는 왠지 흥겨운 분위기에 취한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기분이 내켜서 ‘홧김에’ 도전하는 것을 노렸다.
 고객이 ‘취객’이다 보니까 ‘취한 정도’에 따라서 술을 권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리에 같이 앉으라는 사람들도 있었고 취해서 오히려 사업이 더 잘되는 경우도 있었고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것을 겪으면서 ‘취한 정도’에 따라서 나도 ‘태도’를 다르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멘트로 “이것이 좋으니까 이것을 해보세요, 사세요”라고 똑같이 말하는 것보다 적절히 취했으면 나도 기분 좋게 분위기를 띄우며 장사를 하고, 술이 아직 덜 취했으면 술자리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면서 장사를 하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도를 넘으면 그 자리를 당장 피해야겠지만 같은 대학생들이라 그런지 그런 경우는 없었다. 그래서 이것을 통해서 사람들의 분위기를 좀 더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내 고객이 ‘어떤 고객’이냐에 따라서 나의 사업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론적으로 되게 이 어리고 패기 있어서 할 수 있었던 것 아이디어는 내가 처음으로 멋모르고 했던 편의점 알바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었다.(아마 그 수업에서도 수익률이 제일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나와 어떤 분이 할 때, 더 많은 수익을 벌어서 첫 소소한 영업의 재미를 느꼈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 보면 돈을 거의 들지 않고 돈을 버는 것에 대한 첫 경험이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그냥 아이디어를 실현해본 게 어떻게 보면 추후에 다른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적은 돈을 들여서, 돈을 버는 것들의 시초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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