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로젝트홀릭 Feb 24. 2023

내일 아침은 일찍 일어나야지 - 2. 잠 못드는 약

[내일 아침은 일찍 일어나야지]
 #2. 잠 못 드는 약
 


항상 야행성 인간이었지만 잠드는 것에 스트레스 받았던 것은 아니다.


인생에 쓴맛을 알아야 어른이라고 지금에야 밤에 잠못 드는 괴로움을 아는 어른이 되었지만,

불과 3~4년 전만 해도 나는 3초 만에 어디서든 잘 수 있는 아이였다.


 어릴적 나는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가면서도 자울자울 잘 수 있었으며, 노래방에서 남들이 시끄러운 노래를 부르며 흥겹게 춤을 춰도 잘 잘 수 있었다.
 
 심지어 학창 시절에는 반장이었는데 “차렷, 경례”하고 바로 스르르 잠드는 나를 보며  선생님은 나를 호출하셨다.
 “기면증 검사를 받아보지 않겠니?”


그렇게 한창 중요한 시절에 병든 닭처럼 보이던 나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으로 기면증 검사를 받게 되었다.


정확하게 기면증 검사인지 수면 검사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비싸 보였다는 것이 기억이 나고, 머리에 이것저것 붙이고, 몸에도 무언가 붙였던 것이 기억난다.


검사라고 무섭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 인생 최대로 행복했던 하루에 가까웠다. 왜냐하면 부모님이 내가 심심할까 봐 만화책을 빌려 넣어주셨고, 나는 만화를 보다가 자다가, 읽다가 자다가를 반복하기만 하면 됐기 때문이다. 내가 잠을 잘 때마다 얼마나 자는지, 얼마나 깊이 자는지를 측정하는 것 같았다.

 
 “기면증은 아니고, 수면 과다증이에요. 이상하게 많이 자는데 그때마다 깊이 잘 자네요.”
 라고 검사하신 분은 결과를 말해 주셨다.
 우리 엄마는 안 그래도 큰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여쭤보았다. 그럼 무슨 약이 없냐고.
 
 그분은 약간 난처한듯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약이 있긴 한데 이것을 먹으면 예민해져서 권하지는 않는다 말했다. 우리 엄마는 난색을 표하며 말했다.

 

“여기서 더요? 여기서 더 예민해지면 안 돼요!”
 
 솔직히 나 정도면 순하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나로선(ㅎ) 억울할 따름이다. 하지만 나도 그 약을 먹고 싶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여전히 학창 시절에 마음껏 잠을 잘 수 있었고, 다양한 곳에 밤마다 초대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잠이 많아서 문제인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잠드는 것을 힘들어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 유추해 보자면 한 아이를 만났던 것이 기억에 난다.
 
 밤마다 잠에 잘 들지 못해 괴로워하던 아이였다. 나는 그때에도 3초 만에 기절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조금씩 그 아이에게 잠을 나누어주는 기분이 들었다. 어느 날 그 애가 내 옆에 눕자마자 잠에 빠지고, 나는 익숙하게 뜬 눈으로 밤을 새우던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애가 내가 그때 먹지 않았던 그 약인가봐.”

매거진의 이전글 내일 아침은 일찍 일어나야지 - 1.내 꿈은 아침형인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