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지난 12월 12일부로 종영된 JTBC 드라마 <구경이>. JTBC드라마이지만 종영 이후 공급은 넷플릭스로 되고 있기에, 추천작으로 들고 왔다. 첫 방송 때부터 매 방송을 본방사수했으며, 블로그에 추천한다고 진작 이야기를 빠르게 하지 못했을 정도로 재밌(!)게 즐겼다. <구경이>는 매주 화제를 일으키며 새로운 작가팀인 '성초이'와, 이미 유명한 음악감독인 김태성 감독을 한층 더 스타의 반열에 올려놨다.
<구경이>는 게임과 맥주가 인생의 전부였던 전 경찰관 구경이가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의 조사를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블랙코미디 탐정 수사물이다. 티저 트레일러가 공개되었을 당시, 배우 이영애의 파격적인 변신과 더불어 사이코패스 살인마 역에 김혜준이 내정되어 있음이 밝혀지며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다. 특히 극중 구경이 역을 맡은 이영애는 완벽한 히키코모리로 분장해 혼신의(?) 연기를 다했다. 구경이가 히키코모리가 된 건 경찰로 재직 당시 남편의 죽음 때문인데, <구경이>가 진행되면서 이 남편에 대한 죽음과 동시에 세상을 놓아버린 여성의 서사, 그리고 그를 떨쳐내며 다시 세상과 융합되거나 튕겨내지는 다양한 면모가 잘 표현되어 있고 이를 이끌어 낸 연출 또한 탁월하다.
<구경이>의 가장 큰 장점은 배우들의 연기보다 연출, 그리고 서사를 끌고 가는 작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드라마엔 거의 존재하지 않는 방법으로 드라마를 시작했는데, 초반부는 실험적인 성격이 범벅되어 이대로 계속 끌고 갈 수 있을까 시청자 입장에서 조마조마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중반에 지극히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의 연출법으로 바뀌지 않고, 초반의 뚝심을 고수하는 흐름이 너무 좋았다. 매 편이 하나의 단막으로 구성되어 있는 느낌이 들도록 연극적으로 설정되어 있는 지점들 또한 신선하고 좋았다. 이를 위해서 극 중 살인마 K(김혜준)이 아마추어 연극배우라는 설정을 미리 심어 놓았겠지만 말이다. 여하튼 연극적인 면모나 구경이가 좋아하는 게임, 그리고 만화적 연출들이 다분하다.
탐정 수사물임에도 불구하고, 시작하자마자 범인이 드러나게 되는 설정도 인상적이다. 마치 이 게임의 두 주인공은 정해져 있고, 중요한 건 누가 살인마고 누가 범인이냐가 아니라, 두 주인공이 각자 맡은 역할에서 어떻게 섞여지고 떨어지는지가 중요하다는 듯 말이다. 제일 큰 사건의 실마리가 초반에 진즉 풀리고 난 후에, 좀 더 캐릭터에 확실히 집중하게 되는 방식을 택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재미는, 구경이와 살인마 K인 송이경을 받쳐주는 조연들의 연기와 역할. 보통의 드라마에선 주연들 외의 굵직한 조연, 자잘한 조연 이렇게 몇 갈래로 세분화되어 비중이 확실히 정해져 있는 반면, <구경이>에서는 각 조연의 욕망과 사연이 있고, 이걸 서슴없이 드러내 본편에 서술해낸다는 게 정말 인상적이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한국 드라마에선 정말 보기 드문 연출과 작법. 특히 극 중 엄청난 권력을 행사하는 용국장 역의 김해숙 배우의 기개가 엄청나다.
최근 보았던 <해피니스>도 그렇지만, 연말에 볼 한국 드라마가 너무 많고 다들 기대 이상을 해주어 몹시 바쁜(...) 12월이 되었다. 당분간 한국 드라마를 쉬어도 될 정도(하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지)로 2021년 하반기에 한국 드라마를 진득이, 그리고 타이트하게 보았는데, 대부분 추천하고 싶은 수준이라(<지리산> 빼고) 대체로 행복한 한드 풍년을 보냈다. 아직 <구경이>를 미루고 있었다면, 지금 바로 넷플릭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