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전개상 작성할 수밖에 없었지만, 알고 봐도 무방하다 생각합니다.
이번 주 추천작은, 10부작으로 이루어진 호러물 <채플웨이트: 피의 저택>. 애드리언 브로디가 주연을 맡았고, 간만의 고딕 호러 장르라 정말 오랜만에 요즘은 자주 들어가지 않는 왓챠를 열었다. 왓챠 독점 공개로, Epix을 통해 여름에 공개된 것이 국내에 첫 스트리밍된 셈. <채플웨이트: 피의 저택>의 원작은 스티븐 킹의 단편소설로, 1975년 발표작 <예루살렘의 땅>이 원작이다. 우선 스티븐 킹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호러는 대충 절반은 하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았으며, 만족했던 작품.
바다를 유랑하는 선장으로 살아왔던 '분' 가문의 후손 찰스 분(애드리언 브로디)은,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사촌으로부터 가문의 저택 '채플웨이트'를 물려받게 된다. 저택의 인수를 위해 채플웨이트로 향하던 중, 아내가 죽는 사고가 생기고, 그와 그의 아이들이 마을에 도착하자 마을 사람들은 '분' 가문에 대한 극도의 증오를 찰스 분에게도 드러낸다. 영문을 모르는 찰스 분과 그의 가족들은, 가문의 기반을 다시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와중에 마을에 전염병이 돌고, 분 집안을 향한 마을 사람들의 의심과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간다.
초반에는 이른바 '귀신 들린 집' 장르인 듯 전개되지만, 결과적으로는 뱀파이어+오컬트물이다. '채플웨이트'라는 크고 음습한 저택을 앞에 세우고 이 저택이 모든 사건의 문제인 양 초반부의 해프닝들이 응집되는데, 이를 중반부 이후에서 받아치며, 사실 이 마을의 문제는 '채플웨이트'도 '분'도 아닌, '죽고 난 후 돌아오는 사람들', 즉 뱀파이어를 향한 광적인 신념과 숭배였음이 밝혀진다. 점프 스케어 장면은 거의 없지만 특유의 음산하고 서늘한 장면들이 <채플웨이트: 피의 저택>의 포인트이며, 물어 뜯기고 피를 쏟는 장면은 아주 잔인하고 생생하게 묘사되어 개인적으로는 만족했다. 뱀파이어의 묘사 자체도 현대적인 그것이 아닌 아주 고전적인, 이를테면 십자가와 햇볕에 엄청난 타격을 입거나 하는 등의 모습을 중심으로 묘사되어 흥미로웠다. 고전 및 근대의 배경과 딱 어울리는 호러물이라고 해야 할까. 기존의 호러 장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아주 재밌게 즐길 수 있고, 요즈음의 호러, 그중에서도 뱀파이어 장르의 판에 박힘에 목말라 있던 사람들이라면, 고전미 물씬 풍기는 <채플웨이트:피의 저택>에 만족하실 듯. 특히나 결말에 다다라, 캐릭터의 신념이 느껴지지만 다분히 비극적인 구조는 여타의 다양한 고전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클리셰적이긴 하지만, 언제나 사랑받는 서사가 아니던가 싶다.
다만 전반적인 서사가 중반 이후로는 '밤'에 맞춰져 흘러가 어둡고, 잔인하거나 섬뜩한 묘사 및 결코 가벼운 서사가 아니므로, 킬링타임용으로는 추천하기 어렵다. 10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어 시리즈 자체도 짧은 편은 아닌 데다가, 후반부 일련의 사건들이 발화되고 수습되는 중요한 클라이맥스 전후로는 다소 늘어지는 감이 있다. 가장 즐겁게 봤던 부분은 3-4화 사이. 추가로 애드리언 브로디의 팔자 눈썹이 계속 신경 쓰이는(!) 부작용이 있다. 하지만 연기는 압도적 호, 호, 극호.
트리거 포인트라면 역시 '벌레'. 극 중 분의 집안은 벌레에 대한 망각과 환상에 시달리는데, 찰스 분의 환각인 양 보여주는 벌레의 신체 잠입 장면, 벌레의 묘사는 '정말로' 디테일하니, 벌레에 대한 트리거가 있으신 분이라면 극구 말리고 싶다. 얼핏 뱀파이어와 벌레는 관련이 없을 것 같지만, 여기서는 '신념'이라는 단어로 아주 교묘하게 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