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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Dec 06. 2021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파워 오브 도그>


*스포일러 없습니다.


이번 주 추천작은, 12월 1일에 넷플릭스에 공개된 <파워 오브 도그>. 제인 캠피온 감독의 오랜만의 연출작이자, 베네딕트 컴버배치, 커스틴 던스트, 제시 플레먼스 등의 주연으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사장을 수상했으며(한국에서는 2021년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되었다), 토머스 새비지의 1967년작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파워 오브 도그>는 여러 부문에서 오스카 수상을 노리고 있을 정도로 올해의 수작이라는 평이 압도적이다. 2021년 11월 중순, 제한적으로 개봉했었다.


<파워 오브 도그>는 1925년 몬타나 주의 거대 목장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목장주인 필(베네딕트 컴버배치)은 자신의 재력을 아래 두고 시종일관 고압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필의 동생 조지(제시 플리먼스)는 형과 가족의 사업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어느 날 조지는 동네의 미망인 로즈(커스틴 던스트)와 갑자기 결혼을 선언하고, 필은 자신의 동생을 발판으로 삼으려 하는 듯한 로즈와 그의 아들에 깊은 분노를 느끼며 로즈와 아들을 옥죄기 시작한다.


<파워 오브 도그>는 서부가 배경인 서부극으로 시작하지만, 그 안에 가둬져 있는 여러 갈래들의 감정이 하나씩 풀어져 나오면서 로맨스 혹은 스릴러로 바뀐다. 영화의 호흡 자체는 느린 편인데, 처음 오프닝 시퀀스부터 시작해 이후 일련의 사건을 거치는 과정들이 퍼즐처럼 맞추어지며 결말에서 한번에 터지는 흐름이 탁월하다. 특히 캐릭터 각자가 가진 고유의 감정이 증폭되고 사그라드는 순간이 교차되는데, 이 불안의 지점들을 잘 표현해내는 세 주연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커스틴 던스트, 그리고 제시 플레먼스의 연기가 압도적이다. 그중에서 가장 뛰어난 건 컴버배치와 커스틴 던스트의 대립.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고, 바로 직전의 관계를 뒤집게 되는 새로운 관계 혹은 감정선이 드러날 때마다 컴버배치가 등장하며, 가까스로 이 땅에서 살아가는 듯이 처연한 표정의 로즈가 이 모든 불안함과 불협을 더욱 증가시킨다. 잠깐씩 보이는 표정의 변화, 몸짓, 그리고 캐릭터들이 무의식적으로 내는 소리들이 복합되어 필과 로즈, 대립되는 각자의 캐릭터가 어떤 악몽과 불안에 시달리는 지를 탁월하게 보여준다.


자신의 본색과 성향을 감추기 위해 더욱 마초적이고 강압적이며 타인을 위협하는 캐릭터를 구축한 필과, 그런 필에게서 극도의 불안을 느끼며 알콜에 의존하게 되는 로즈. 그리고 '단지 어머니를 지켜야 할 뿐'이라 되뇌는 로즈의 아들 피터까지, 세 명의 관계를 주목하는 재미가 가장 컸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가'하는 의문은 마지막 엔딩 즈음에 이르러 순간적으로 풀린다. 이 목장의 결말을 암시하는 엔딩 시퀀스, 그 뒤로 흐르는 엔딩 롤을 바라보며 <파워 오브 도그>의 처음, 로즈의 아들 피터의 입으로 되뇌어지는 오프닝시퀀스의 독백을 향해 자연스럽게 다시 감겨진다. 그렇게 한번 더 이 영화의 처음 장면을 생각하고 나면, 절로 무릎이 탁 쳐진다. 엄청나게 영리한 연출.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 서부극들의 재해석, 완벽히 다르게 해석되어진 남성성. 얼마 전 보았던 <퍼스트 카우>와 함께, 올해를 빛낼 영화들이자 서부극 장르의 수작으로 자리매김할 것이 분명한 영화, <파워 오브 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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