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길어져 제목이 잘렸다. 띄어쓰기는 양해를...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기예르모 델 토로의 호기심의 방>. <악마의 등뼈>, <헬보이>, <판의 미로> 등으로 유명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마일즈 데일, 게리 웅가가 시리즈 전체의 제작을 맡고, 평소 스릴러나 공포물에서 두각을 보이던 후배 감독들이 각자 에피소드를 하나씩 맡아 연출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총 8개의 에피소드로 되어있고, 대부분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에피소드의 원천이 된 스토리는 델 토로가 쓴 소설, 러브 크래프트, 에밀리 캐롤, 헨리 커트너, 마이클 시어 등의 단편이다. 나흘에 걸쳐 두 편씩 공개되어 10월 28일에 마지막 에피소드이자 전체 에피소드가 모두 공개되었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호기심의 방>은 델 토로가 평소 관심 있어 하고, 즐겨보았던 호러/스릴러물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룬 선별집을 기반으로 한다. 호러/스릴러라기보다 사실 '크리쳐물'에 가까운 이야기들의 연속으로, 각 에피소드마다 대체로 하나 이상의 크리쳐가 등장하는데 스토리보다 이 크리쳐물 자체에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난다. 때문에 전반적인 각 에피소드의 완성도는 높게 느껴지는 편. 전편이 고르게 유려하게 제작되었기 때문에, 대체로 호불호 없이 볼 수 있는 목록이 아닐까 싶다. 델 토로는 제작 외에도 각 에피소드의 초반에 등장해 어떤 감독이 감독했고, 어떤 이야기인지 잠시 알려주고 퇴장하는 일종의 내레이터 역할을 맡았다.
개인적으로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리즈 정도의 강도가 쭉 이어지기를 바랐지만, 일단 델 토로의 선별된 컬렉션 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런 고자극의 호러 스토리는 없다. 이게 호러인지 아닌지 묘하게 이상하게 생각되는 에피소드도 있고, 동물, 시체, 악마, 꿈 등 다양한 소재를 넘나들기 때문에 흥미없는 소재를 스킵하고 봐도 무방하다. 전체가 다 이어지는 건 아니고, 이 에피소드들의 공통점 딱 하나는 델 토로의 설명(...)이 초반에 붙는다는 것 외에는 없으므로 입맛대로 선별해 보면 좋을 기괴한 크리쳐 이야기다.
개인적인 취향은 세 번째 에피소드인 <부검>과 6화 <마녀의 집>. 시리즈 베스트로 꼽자면 <마녀의 집>이 가장 좋았다. 루퍼트 그린트가 주연을 맡아 정말 혼신의 연기를 펼친다는 장점도 있지만, 다른 에피소드들을 놓고 보았을 때 가장 기괴하고 악취미스럽게 제작되고 연출된, 러브 크래프트의 소설이기도 해서인 듯. 시리즈 중에 제일 취향이 뭔지 시리즈를 다 본 사람들끼리 말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취향은 크리쳐 자체의 징그러움이나 잔인함보다는, 창조된 크리쳐가(대부분 CG일) 얼마만큼 극과 어울리고 극 분위기에 잘 붙어있는지였는데, 그런 의미에서 6화 <마녀의 집>은 단편이 아닌 장편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참고로, 1화 <36번 창고>는 기예르모 나바로 감독, 2화 <무덤가의 쥐>는 빈첸조 나탈리, 3화 <부검>은 데이비드 프라이어, 4화 <겉모습>은 아나 릴리 아미푸르, 5화 <모델>은 키스 토마스, 6화 <마녀의 집>은 캐서린 하드윅이, 7화 <관람>은 파노스 코스마토스, 8화 <새들의 비행>은 제니커 켄트 감독이 연출했다. 이중 1화와 8화가 델 토로가 직접 쓴 단편소설을 기반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