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기대작이었던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매드맥스:분노의 도로>가 인생 영화 중 한 편이고, 공동운영하는 영화/드라마 관련 팟캐스트 상영회를 이 영화로 할 정도로 사랑하는 영화기에, '매드 맥스' 시리즈의 9년 만에 나오는 신작이자 '퓨리오사'가 주인공인 프리퀄이 제작된다고 했을 때부터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렸던 영화다. 안야 테일러조이가 젊은 시절의 퓨리오사를, 크리스 햄스워스가 메인 빌런인 디멘투스 역할을 맡았다. 그밖의 등장인물들은 상당히 겹치는 부분이 많다.
<매드맥스:분노의 도로>가 '매드맥스' 세계관을 여지없이 화끈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면,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그보다 한 발자국은 뒤에 선 것 같은 영화였다. 이 영화는 전작의 프리퀄이니만큼, 어떤 탈을 쓴다고 하더라도 전작이 주는 쾌감을 똑같이 줄 거라는 기대는 없었지만 기대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웠고 생각보다 '잘' 굴러가는 영화였다. <매드맥스:분노의 도로>가 발화하는 여러 가지 사회비판적인 요소들이 있었는데, 그로부터 조금 멀어져 확대된 스케일에 집중하고 복수 서사 자체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래서 장면장면을 꿰는 중심 서사 자체는 오히려 전작보다 다소 낫다고 생각된다. 미쳐버린 세상에 전부 다 미쳐 돌아가는 군상들을 그린 게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였다면,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그 군상들 사이사이에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을 풀어내는데 집중한다. 그렇다고 가장 중요한 액션 장면들, 특히 개조된 오토바이와 차량들로 집단 전투를 벌이는 장면들의 만족도가 낮은 건 아니다. 퓨리오사를 위한, 퓨리오사에 의한 영화다보니 그녀의 성장과 세월의 흐름을 따라 장소의 이동 또한 빈번이 일어나며 이 과정에 자연스럽게 커진 무대가 꽤 흥미로웠다.
블록버스터 시리즈의 프리퀄을 여러 개 떠올리면서 보더라도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압도적으로 유려하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에서 깊게 설명되지 않던 것들을 차분히 설명해주는 이른 바 거대한 설정집의 형상을 띄는데, 기존에 개봉했던 '매드맥스' 시리즈와 아주 큰 성공을 거둔 전작의 분위기를 그대로 답습하며 성장한 느낌이다. 확실히 연출의 힘이 대단함을 느끼게 하는 영화이고 정말로 '본능적인' 재미가 느껴지는 영화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전작과 다른 속도로 진행되지만, '매드맥스' 세계관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 영화. 이만큼 잘 만든 프리퀄이 또 있을까 싶다.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할 올해의 영화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