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의 토크쇼>를 보면서 들었던 첫 번째 생각은, 이 영화가 기본적으로 모든 좌석이 가득 차 있는 영화제용 영화, 혹은 스트리밍용 영화로 설계되었다는 것이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70년대는 물론 2020년대 지금의 스트리밍 환경과 멀찌감치 떨어져있지만, 영화 속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장면들은 영화 밖의 사람들을 1977년 할로윈 전날 저녁, 잭 델로이(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의 '나이트 아울즈' 방영을 보고 있는 열성적인 시청자들로 간주하고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래 영화가 품고 있는 전략적 관람 환경과는 별개로 <악마와의 토크쇼>의 개봉은 유의미하다. 크게는 1970년대 미디어 폭력이 난무하는 미국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비판을 꽤나 직설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며 그 비판하는 도구에 '오컬트'와 '사타니즘'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잭 델로이는 '나이트 아울즈' 토크쇼의 진행자로 동시간대 방영하는 '투나잇 쇼'(실제로 존재하는 쇼이고, 아주 유명하다)의 시청률을 곧바로 추격하지만 늘 2위에 그치고 만다. 방송계에 있어 2등은 기억되지 않는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잭 델로이는 모든 수를 써서 1위 자리를 탈환하고자 한다. <악마와의 토크쇼>는 방송인 잭 델로이가 업계 최고가 되기 위해 모든 걸 갈아 넣은 회심의 방송분이며, 이날 아주 큰 논란을 일으켰던 잭 델로이의 쇼 테이프가 추후에 발견되어 지금 공개한다는 형식의 페이크다큐멘터리로 시작된다.
HD화질이 아닌 노이즈가 잔존하는 화면과 중간 광고 시간, 카메라를 봐야 할지 진행자를 봐야 할지 우왕좌왕하는 게스트들과 과몰입한 방청객들까지 고르게 아날로그 호러 장르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참여한 열광할 만한 스타일로, 낯선 대상과 아주 익숙한 장면들이 유려하게 잘 결합한 무섭지 않은 공포영화이자 일종의 블랙코미디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하다. 전반부와 중반부까지 이야기를 빌딩해나가는 힘이 대단하지만, 후반부까지 고르게 밀고 가지 못해 다소 아쉽다. 특히 후반부까지 파운드푸티지 형식으로 쭉 밀고 나갔다면 더 섬칫한 분위기를 연출해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아쉬움이 다소 상쇄될 정도로 70년대 TV쇼와 페이크다큐멘터리를 표방한 모든 장면들이 두루두루 흥미로웠다. 전반적으로 서사가 고르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고, 오컬트 장르와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로의 미디어 비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적당히 즐겨볼 만한 형식이 가장 큰 장점.
그다지 고어한 장면 없고, 점프스케어류의 장면 또한(당연) 없어서 평소 호러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두루 보기 괜찮을 것 같은 영화다. 강렬한 포스터를 보고 '오, 머리 활활씬 나오나?'하고 기대했지만 포스터의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옛날 텔레비전에서 하던 미스터리 호러물이나 호러썰 같은 걸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영화. 몹시 완성도 높은 저예산 호러영화라 생각하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