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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트렁크>

by 강민영

이번 주 추천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신작 드라마인 <트렁크>.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을 쓴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인 [트렁크]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드라마 <트렁크>는 원작의 설정을 거의 그대로 가지고 왔다). <그들이 사는 세상>, <아이리스>, <우리들의 블루스> 등을 감독한 김규태 감독이 연출을, 박은영 작가가 각본을 맡았다. 넷플릭스에는 지난 11월 29일부터 서비스되기 시작했으며 총 8부작의 드라마다. 공유와 서현진이 각각 남주와 여주를 연기했는데, 이 드라마가 두 사람이 함께 주연을 맡은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트렁크>는 한적한 호숫가에서 발견된 커다랗고 값비싼 트렁크 하나로 인해 숨겨져 있던 '이상한' 결혼 생활이 밝혀지는 이야기다. 트렁크와 트렁크의 주인을 둘러싼 인물들의 개인사가 드러남과 동시에 이들과 연결되어 있는 주인공 노인지(서현진)과 한정원(공유) 각각의 삶과 트라우마, 혹은 그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인물 또한 드러나게 된다. 드라마의 초반에는 '1년짜리 계약 결혼'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골자로 보이지만,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 속에서 성사된 이 계약의 후면에 결혼에 실패해 혼자를 자처하게 된 여자 노인지와, 결혼했으나 지독하게도 외로운 남자 한정원의 삶이 전면에 드러나며 의문의 트렁크를 둘러싼 살인 사건의 전말이 드러난다.


<트렁크>는 8부작의 짧은 드라마지만 극을 끌고 가는 호흡 자체는 짧기보다 오히려 조금 루즈한 편이다. 각각의 위치에 서 있는 인물들의 연기 톤과 대사를 뱉는 템포, 그리고 그 인물들을 아우르는 공간의 활용과 서사의 진행 또한 정속보다 조금 천천히 진행되는 느낌을 준다. 커다랗고 풍족한 공간 안에 들어 있지만 그 안에서 고립된 듯 위태로운 채 허우적대는 인물들을 천천히 물 밖으로 끌어내는 듯한 장면들이 눈에 띈다. 드라마 내에서 중요한 인물들의 상황을 설명할 때 필연적으로 붙는 플래시백 장면들도 특별히 모난 구석이 없어, 드라마 전체가 잿빛 톤으로 건조하지만 그 안에서 이 드라마 <트렁크>를 아우르는 하나의 단어인 '결핍'이 잘 발화되고 있다. 특유의 쎄함을 가진 미스터리 장르와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드는 로맨스 장르 사이를 유려하게 오가는 드라마라고 말하면 좀 가벼운 느낌이 들지만, 이 문장 말고 <트렁크>를 어떻게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싶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잘 짜인 미술과 서사의 흐름,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장면들만큼 음향이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결이 맞는 듯 맞지 않는 묘한 느낌을 주는 조연 배우인 서현진과 공유의 합을 보는 것도 이번이 처음인데, 그중에서도 해석하기 가장 복잡하고 이리저리 얽혀 있는 노인지라는 인물을 구성한 서현진의 연기가 엄청난 몰입도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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