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추천작은 TVN 드라마로 지난 9월 말까지 방영되었고, 현재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중인 드라마 <폭군의 셰프>. 박국재의 웹소설 '연산군의 셰프로 살아남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임윤아와 이채민이 주연을 맡았다. 로맨스나 판타지 장르의 가상역사 사극을 좀처럼 추천하지 않는데, <폭군의 셰프>는 예외로 역사 관련 고증이나 앞뒤 상황에 맞는 고증에 대한 밀도가 촘촘하지 못한 드라마치고 꽤 즐겁게 봤던 드라마다. 주연 배우가 교체되는 등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압도적인 인기와 흥행을 거머쥐고 현재 글로벌 시장까지 수월하게 진출해있는 올해 대표적 K-드라마가 될 것 같다.
<폭군의 셰프>는 폭군이지만 절대미각을 가지고 있는 왕 '연희군'(이채민)'이 미래에서 과거로 타임슬립한 셰프 '연지영'(임윤아)을 만나면서 점차 마음을 열게 되는 내용이 골자다. 미슐랭 3스타 셰프로 커리어 하이를 찍던 연지영은 우연히 고서적인 '망운록'을 읽게 되고, 그 즉시 과거로 타임슬립하게 되어 연희군과 만나게 된다. 요리 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던 연지영, 반대로 말하면 요리가 최대의 무기이자 장점인 연지영은 여러 에피소드를 거쳐 수라간에 안착하게 되고, 타임슬립한 과거 시대에는 희귀하고 독특한 여러 요리들을 선보이며 연희군과 점차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폭군의 셰프>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체역사 혹은 가상역사에 대해 다루고 있기에, 기존의 연산군 캐릭터가 연희군으로 바뀌거나, 요리나 시대적 고증에 관한 몇 가지 오류들이 자행되고 있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다만 사극의 형태를 취하고는 있으나 애초부터 모든 것이 '허구'임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기에, 사실 이와 같은 문제로 드라마 자체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일은 없다고 생각된다. 역사물이 아니라 가상, 허구의 역사관인 관계로 이런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데, <폭군의 셰프>는 그 자유도를 아주 영리하게 이용한 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역사 왜곡이나 고증 등 일반적인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유발할 수 있는 장애물들을 모두 제거한 채 시작되었고, 마지막 화까지 그 흐름이 그대로 유지되므로 일관적인 재미를 주고 있기도 하다. 드라마의 전체 흐름을 보면, 시작과 끝이 분명하고 명확히 떨어져 전형적인 '용두용미'의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의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 속 주요 요리들(고추장 버터 비빔밥, 수비드 스테이크, 완두콩 스프 등)을 밀키트로 출시한 것도 드라마의 장르와 화제성, 그리고 인기도가 상생효과를 낸 재밌는 결과다. 실제로 <폭군의 셰프> 내에 주요한 장면들인 '요리 대결 장면'들은 정말로 공을 들여 촬영되었고, 시식에 대해 일부 효과를 입힌 장면들은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