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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by 강민영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허트 로커>, <제로 다크 서티>, <디트로이트> 등을 다양한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낸 캐서린 비글로 감독의 8년 만의 신작이자 복귀작으로, 국내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선공개되었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레베카 페르구손, 이드리스 엘바, 자레드 해리스 등이 주연을 맡은 정치 드라마로, 캐서린 비글로 감독을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한 전작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또한 정치 드라마/스릴러 장르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말 그대로 '다이너마이트로 만들어진 집', 즉 시스템의 취약점과 위험성을 안고 살아가는 정부에 대한 커다란 은유로부터 시작하는 영화다. 미국 시카고를 향해 정체불명의 대륙 간 탄도미사일이 날아오기 시작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약 20여 분간의 사투, 말하자면 극도의 시간 제약 속에 서로 다른 인물들이 고군분투하는 서사가 이 영화의 골자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초유의 사태에 백악관, 펜타곤, 알래스카 기지 등 각 지역의 핵심 인물들이 펼치는 대응을 다루는데, 이 진행 방식은 비선형적인 세 가지 에피소드의 스토리텔링으로 진행된다. 다시 말해, 미사일 포착부터 시카고 충돌 직전까지 동일한 시간대를 세 번 반복해서 보여주는 구조를 취한다는 것이다.


동일한 시간대를 다른 방식과 장소로 보여주기에 1부에서 빈 서사를 2부에서 채워주고, 2부와 3부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약간의 동어 반복이 필수인 서사인지라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편견이 덧대어지지만, 출처를 알 수 없는 미사일처럼 불확실하고 단편적인 정보를 조각조각 맞춰가는 형태로 영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앞서 말한 지루함이 들어찰 공간 따위는 없다. 폭발물 장면을 가장 잘 다루는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는 비글로우지만,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에서는 화려한 폭발이나 과도한 감정 묘사들은 배제되고, 관료주의적 절차와 시스템 흐름의 논리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이런 방식의, 말하자면 놀랍도록 현실적인 전개에서 발생하는 '전장의 안개' 이론을 전면적으로 내세운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불확실한 정보들의 나열 속에 자리하는 시스템의 냉혹함, 그리고 한없이 약한 인간의 나약함이 교차하는 지점을 섬세하게 파고드는 빼어난 정치 스릴러물이다. '불확실성 속에서 영화를 끝냄으로 다이너마이트로 만들어진 위험천만한 집의 불안과 은유를 계속해서 잡아두고 싶다'는 각본가 노아 오펜하임의 말을 꽤 오래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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