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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더 킬러스>

by 강민영

이번 주 추천작은 2024년 10월의 개봉작이었던 한국 영화 <더 킬러스>. <더 킬러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 소설 '살인자들'을 모티브로 삼아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네 명의 감독인 김종관, 노덕, 장항준, 이명세가 각자의 개성을 담아낸 일종의 시네마 앤솔로지, 즉 옴니버스 영화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했을 당시에는 15세로 책정되었으나, 이후 개봉 시 19세로 변동된 기준을 가지고 있다. '킬러'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의 욕망, 불안, 폭력의 다층적인 모습을 탐구하는 스타일리시한 컬렉션이 될 것으로 주목받았으나 반짝 상영 이후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더 킬러스>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네 명 감독 각각의 다른 연출을 볼 수 있다는 점, 그러니까 4인 4색의 극명한 스타일 차이다. 김종관 감독의 <변신>은 등에 칼이 꽂힌 남자(연우진)와 바텐더(심은경)를 중심으로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미장센을 선보이며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반면, 노덕 감독의 <업자들>은 청부 살인 하청을 받은 어설픈 킬러 3인방의 이야기를 블랙 코미디로 유쾌하게 풀어내며 대중적인 재미와 현실 풍자를 동시에 잡았다. 장항준 감독의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는 1970년대 선술집을 배경으로 긴장감 넘치는 액션과 짙은 장르적 쾌감을 선사하며, 마지막으로 이명세 감독의 <무성영화>는 무성영화 기법을 차용해 파격적이고 스타일리시한 비주얼 연출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더 킬러스>를 주목하는 이유는 이 네 편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중심에는 배우 심은경이 있다는 설정이다. 심은경은 몽환적이고 기이한 바텐더, 어딘가 어리숙해 보이는 타깃, 비밀스러운 의뢰인 등 각기 다른 역할로 모든 에피소드에 출연하며 <더 킬러스>의 '뮤즈'와 같은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심은경 배우의 넓은 연기 스펙트럼과 다채로운 변신은 이질적인 네 작품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주는 중요한 축 역할을 하는데, 극이 루즈해질 때마다 적재적소에 나타나 감초 역할을 하는 것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옴니버스 영화의 특성상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점은 피할 수 없다. 특히 일부 에피소드(<변신>과 <무성영화>의 경우)는 상징적이고 비선형적인 전개로 인해 관객에 따라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으며, 작품별 완성도의 격차가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더 킬러스>는 최근의 한국 영화에서 좀처럼 시도되지 않았던 실험적인 기획과 거장 감독들의 예술적 탐구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평범한 스릴러가 아닌, 강렬한 스타일과 독창적인 형식의 영화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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