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레이미만큼 한결같은 장르 내에서 꾸준한 창작을 이어오는 감독이 또 있을까. <이블 데드>가 나온 지 벌써 40년이 넘었지만 최근에 개봉한 <직장상사 길들이기>까지 이어지는 행보를 이어보면 이렇게 지나칠 정도로 꾸준한 감독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가끔 놀랍다. 전반적으로 불쾌한데 재밌는 장르 영화는 샘 레이미의 전매특허고 그것을 역시 이 영화를 통해 준수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말 그대로 '서로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설정이 B급 덕지덕지 장착한 샘 레이미의 그것이라 즐거웠다. 영화 제목을 말괄량이 어쩌구처럼 번역해버려서 그런지 본편과 제목의 괴리감이 너무 크긴 한데.
<직장상사 길들이기>를 호러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고, B급 감성을 장착한 장르영화라 불러야 마땅하겠다. 다만 샘 레이미는 오랜 시간 코미디와 호러가 결합된 영화를, 말하자면 B무비로의 호러를 만들어왔으니 그 장점이 너무 명확하게 드러난다. 멧돼지를 사냥하는 장면에서는 그냥 대놓고 '나 샘 레이미야'하는 지점이 보여 재밌었다. 전반적으로 이런 영화를 중간에 대충 얼버무리고 흐지부지 만들어서 해피엔딩 서사를 낳거나 할 텐데 샘 레이미는 그런 거 없이 그냥 직진해버려서 역시 샘 레이미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여러모로 무거운 영화들에 좀 사로잡혀 있던 요즈음이었는데 그런 것들을 한큐에 날려버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도 이 영화는 참 가치 있다. 다만 국내에선 흥행을 거의 하지 못하고 곧 내려가는 추세라 여러모로 아쉽고.
별개로 레이첼 맥아담스가 서바이벌 오타쿠에 소위 말하는 '찐따' 설정이라고? 의아하며 봤는데, 이 모든 걸 뚝딱 말아주는 배우가 레이첼 맥아담스라니 역으로 좀 놀랍기도 하고, 개봉 시기가 비슷한 <하우스 메이드>도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이렇게까진 아니어도 미친 여자 플로우에 합류하는데, 결이 비슷한 주인공의 장르 영화라 비교하기 꽤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