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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의 포트폴리오 Mar 20. 2021

'끝내 승리하리라..' 임지영과 데이비드 이

서울시립교향악단 임지영의 스코틀랜드 환상곡(21.03.05 공연)

[REVIEW]

'끝내 승리하리라..' 스코틀랜드 환상곡과 임지영, 그리고 데이비드 이



현의 첫 울림만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 이것이 바이올린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3월 5일 서울시향 협연의 주인공, 임지영의 울림이 그러했다.


2015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수상하면서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이름을 알린 임지영은 이미 만 14세에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하며 일찍이 관객들을 만나왔다. 특히 임지영이 이번 무대에서 막스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선보인 것은 지휘자 데이비드 이의 안목이 작용했기 때문인데, 그는 막스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의 깊이와 스토리텔링이 임지영의 대담하면서도 단련된 음색이 만나 꽤 높은 퀄리티의 연주가 나올 것이라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판단은 성공적이었다.



왼쪽부터 데이비드 이, 임지영(ⓒ서울시향 / Keunho Jung)



이 곡은 브루흐의 신념과 주관이 선명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민요가 창작의 원천이었던 브루흐에게 스코틀랜드는 늘 선망의 장소이자 연구 대상이었을 것이다. 민요 속 선율이 음악에 가장 절대적인 존재라 믿었기 때문이다. 'G단조 협주곡'이란 걸작을 남겼음에도 늘 부담감에 시달렸던 그에게 스코틀랜드는 안식이었을지도 모른다. 덕분에 훨씬 방대하고 깊은 스토리텔링을 이루는 <스코틀랜드 환상곡>이 끝내 탄생했으니 민요를 향한 그의 애정은 실로 이유있는 고집이 아닐 수 없다.


무겁고 탄식하는 제1악장을 연주하는 임지영은 쉽게 쓸쓸한 감정에 치우치지 않았다. 가라앉는 듯 그러나 그윽한 선율을 통해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관객을 매료시켰고 민요가 지닌 아름다움이 그 어느것과 비견할 수 없다던 브루흐의 말처럼 '늙은 롭 모리스'에 기초한 아름다운 선율이 공연장을 가득 매웠다. 특히 힘찬 분위기의 제 4악장은 중세 스코틀랜드의 전투가 '우리 스코트인들은 윌레스의 피를 흘린다(Scots Wha Hae'를 변형한 곡인데 전반적으로 대담하고 웅장한 분위기가 애국적 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중반부 '조금 고요하게(Un poco tranquillo'는 초입 부분에 행진하는 분위기와는 대조를 이루는데 자유로운 형식을 추구하는 막스 브루흐의 혁신적인 정신이 깃들었다.



왼쪽부터 멘델스존, 막스 브루흐, 폰 베버



이날 연주된 프로그램으로는 폰 베버 <마탄의 사수> 서곡(1821)과 멘델스존 <교향곡 제1번>(1824)이 있었지만 막스 브루흐 <스코틀랜드 환상곡>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춤한 공연예술계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전반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우리는 끝내 승리하리라..' 외치듯 힘찬 메시지를 연상케 했다. 


데이비드 이와 임지영의 합은 예상했던 것보다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보였다. 음악에 자연스러움과 선율의 아름다움이 드러나야 한다고 전한 데이비드의 말처럼 임지영의 바이올린은 그녀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임지영의 고유하면서도 가장 좋은 소리를 내었던 공연이었다. 앞으로 부지휘자로서 더 넓은 레파토리를 선보일 데이비드 이와 무궁무진할 임지영의 발걸음을 마음으로나마 응원한다. 또한 이번 공연에 이어 현의 울림을 또 다시 느껴보고자 한다면 25,26일 이틀에 걸쳐 진행될 <2021 서울시향 최수열과 임선혜> 공연을 여러분께 추천 드린다.






2021 서울시향 최수열과 임선혜 ①

BRITTEN'S EARLY MASTERPIECE WITH SUNHAE IM ①


2021년 3월 25일(목)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Thu, March 25th, 2021 8PM | LOTTE Concert Hall


지휘 최수열 Seo-Yeoul Choi, conductor

소프라노 임선혜 Sunhae Im, soprano



프로그램 program


엘가, 현을 위한 세레나데

Elgar, Serenade for Strings in E minor, Op. 20


 Allegro piacevole

 Larghetto

 Allegretto


브리튼, 일뤼미나시옹

Britten, Les Illuminations for high voice and strings, Op. 18


 1. Fanfare

 2. Villes

 3a & 3b. Phrase and Antique

 4. Royauté

 5. Marine

 6. Interlude

 7. Being beauteous

 8. Parade

 9. Départ


---------------- 휴식 15분 ------------------------


차이콥스키, 현을 위한 세레나데

Tchaikovsky, Serenade for Strings, Op.48


 Pezzo in forma di sonatina. Andante non troppo — Allegro moderato

 Valse. Moderato. Tempo di Valse

 Elegia. Larghetto elegiaco

 Finale (Tema russo). Andante — Allegro con spirito


총 소요 시간 약 90분(휴식 포함)





서포터즈로서 첫 공연관람! 부지휘자 데이비드 이,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의 공연도 모두 처음이라 큰 기대와 설렘을 갖고 롯데콘서트홀을 방문했다.


거의 7시 정각에 도착했는데 너무 일찍 도착한 것 같아 민망했지만 나보다 더 일찍 도착한 서포터즈가 있었겠거니 생각하며 담당자님을 뵈러 갔고, 넓은 시야를 가진 좌석으로 겟! 할 수 있었다.


이 날 공연은 가히 만족했던 날. 특히 <마탄의 사수>로 처음부터 공연장 분위기를 잡아내는 것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관객들을 집중시키고 임지영으로 소설 내용을 풀어나가는 느낌이랄까? 내 옆좌석에 앉아있던 여자청년은(서포터즈로 추정) 연주 내내 공연 느낌을 글로 써내려가는 듯 하다 임지영과 데이비드 이의 <스코틀랜드 환상곡>이 연주될 때는 그의 바빴던 펜도 잠시 멈췄다. 아마 그분께도 내가 느낀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서울시향의 책자 디자인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는 1인.. 특히 사람들이 북적일 수 밖에 없는 엘리베이터 앞에 배치했다는 건 마케팅팀에서 정말 생각하시고 열일하셨다는 것.. '이거 가져가도 돼?', '오 포스터 가져가야지!' 관객분들도 기분이 좋으신 듯 양손에 한개씩 책자와 포스터를 갖고 가신다. 공연이 끝나고나서도 관객들을 생각하는, 동시에 서울시향의 공연을 홍보하는 일석이조 효과까지.. 이번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배울 것이 아주 많을거라 생각한다.


*이 리뷰는 서울시향 서포터즈 활동 중 작성된 글입니다.












글쓴이 P의 포트폴리오

이메일 wheniwasyour@naver.com


참고 | <SPO> 3월호. 황장원 음악 칼럼니스트.

자료 | 서울시립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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