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센세이션이다.' 이 날 공연을 같이 본 친구가 알프레트 시닛케의 '하이든식의 모츠-아트'가 끝난 후 감탄과 함께 꺼낸 말이다. 어두운 조명과 함께 시작한 무대, 바이올린 단원들의 자리 이동, 독주 2명이 주고받는 현의 대화, 어둠과 침묵 속에서도 계속되는 지휘. 이 날 공연을 보고 감히 별로였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불이 켜진 후에도 관객들의 몰입은 몇 초간의 침묵으로 대신 답했다.
지난 21일(수)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의 공연이 펼쳐졌다. 이 날 프로그램은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제12번', 알프레트 시닛케의 '하이든식의 모츠-아트', 베토벤의 '교향곡 제1번'이 진행됐다. 특히 매공연마다 1부 2번째 순서에 흔히 접하지 못하는 프로그램, 예를 들어 지난 3월 25일 공연에서 데이비드 이가 지휘했던 막스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이라던지 최수열 지휘의 '일뤼미나시옹'처럼 공연장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프로그램들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지난주 15일 페테르 외트뵈시의 '말하는 드럼'도 그 예 중 하나다.
언뜻 지루할 수도 있는 클래식 공연에서 이처럼 신선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은 서울시향의 실험이자 도전이다. 21일 오스모 벤스케의 지휘로 연주된 알프레트 시닛케의 '하이든식의 모츠-아트'도 그러하다. 이제는 매 공연마다 '오늘은 어떤 새로운 공연이 펼쳐질까' 기대감을 품게된다. 이 날 협연자는 서울시향의 부악장인 웨인 린(Wayne Lin)과 신아라(Arah Shin)였다. 평소 연주 중 바이올린 단원들 한명 한명의 움직임을 살펴보는 타입인데 특히 악장이 온몸을 다해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모습을 연주가 끝날 때까지 바라본 적이 있다. 그 사람이 신아라 부악장이었다. 협연자로서 무대에 오른 신아라는 웨인 린과의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한치의 어색함도 없이 능숙한 합을 보였다.
센세이션이다!
웨인 린과 신아라의 티키타카 향연이 끝나고 하나의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그들이 무대 밖을 나갈 때, 연주하던 단원들도 한 두명씩 그 뒤를 따라 무대를 떠났다. 조명은 점차 어두워지고 텅 빈 무대와 침묵이 무대를 감쌌다. 관객들은 곧장 박수를 칠 수 없었다. 오스모 벤스케의 지휘봉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대 뒤 바이올린의 마지막 울림이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어쩌면 그의 귀에만 들리는 현의 울림이 완전히 소멸될 때까지 그의 지휘봉은 계속 되었고 관객은 지휘봉 끝에 시선을 두었다. 비로소 지휘봉의 움직임이 끝나고 완전히 조명이 환해졌을 때, 단 몇 초간의 침묵을 뚫은 관객들의 크나큰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센세이션이다!' 주변에 앉아있던 관객들의 참았던 숨소리가 나왔고 필자와 친구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SPO 4월호 부악장 웨인 린과 신아라의 커버 스토리에 기재되어 있듯이 이들은 '악단의 역사를 대변하는 동시에 음악감독과 함께 만들어갈 미래의 가교 역할'이라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이 날 두 부악장의 연주는 그 임무를 톡톡히 해내고 있음을 보이는 무대였다. 그들이 보여준 '팬터마임 음악'은 그들이었기에, 서울시향이었기에 가능했던 무대였고 보여줄 수 있는 무대라 생각한다. 오케스트라의 음악 리더로서 '최고의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그들의 다짐은 어쩌면 이미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 리뷰는 서울시향 서포터즈 활동 중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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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SPO> 4월호. 강지영 음악 칼럼니스트.
자료 | 서울시립교향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