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보내는 편지

by 단뎅

나는 아주 오래전 거진 십대 시절부터 해오던 일이 있다.

바로 몇년 후의 나에게 편지를 쓰는 일.

그래서 내 집 서랍 한쪽에는 언제나 편지지가 있다.


속이 답답하거나 마음이 정리되지 않을 때

나는 그 편지지를 꺼내 좋아하는 펜으로 몇 년 후의 나에게 말을 건다.

'서른 다섯의 내가, 마흔 살의 나에게'

그렇게 쓰는 편지는 대부분 고민으로 시작해 위로로 끝난다.

지금의 나는 이런데, 그때의 나는 좀 더 단단해져 있기를 바라면서.


편지를 다 쓰면 고이 접어 내가 좋아하는 스티커를 하나 붙여 봉합한다.

그리고 서랍 깊숙이 넣어둔다.

새해가 되면, 올해의 나를 위해 쓴 편지가 있나 확인하는 게 작은 의식이다.

그때의 나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무엇을 원했는지 몇 년이 지나 다시 읽어보면 선명히 남아있다.

그건 성장의 흔적이자 변해온 나의 증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편지들은 혼자 사는 나를 지탱하는 조용한 루틴이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은 나만의 글이 나를 살아가게 만든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고민이 있을 때, 아무리 털어놔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그럴 땐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써보길 권한다.

한 장의 편지는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그리고 언젠가 그 편지를 다시 펼쳐보는 순간,

'아 그래도 나는 잘 살아왔구나'하는 작고 단단한 확신이 생긴다.

그건 아무도 대신 줄 수 없는 오직 나만이 내게 줄 수 있는 위로의 형태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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