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힘들었을때 날 멈춰줬던건 결국 죽음을 마주했을 때의 공포였다.
손가락 사이로 스치듯 흘러가던 바람도
따뜻하게 나를 비추던 햇빛도
그때의 나에겐 더 이상 삶의 이유가 되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날도 내 마음속에 빛을 들이지 못했고,
내 죽음을 막았던건 바로 죽음을 앞둔 공포였다.
그 공포 앞에 서서 나는 깨달았다.
나는 결국 죽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그러기에는 나는 너무 겁이 많았고 너무 나약했다.
‘마음을 먹는다’는 일이 이렇게까지 결심이 필요한 일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
무너지던 나는 죽음 앞에서 한번 더 무너졌고
허탈한 심정으로 다시 살아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시절의 나는 그저 죽지 못해 살던 날들이 이어졌다.
그때의 내 마음 속 깊은 곳은 곪아 터져 상한내가 진동을 했다.
어쨌든 나를 붙잡아 준 건 바로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그것이 나를 살려 두었고,
그래서 오늘의 내가 있다.
다행히도 지금 나는 더 이상 죽지못해 살지 않는다.
이제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산다.
이곳까지 오는 길에는 수없이 부서지고 다시 일어서는 시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곁에 있었던 사람들을 떠올린다.
보이지 않게 나를 붙잡아 준 주변의 온기.
타인이지만 깊게 공감하며 내 이야기를 들어 준 상담사들,
내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며 약을 조절해 준 선생님들,
그리고 무엇보다 곪아 썩은내가 진동하는 나의 곁에 그저 함께 있어 준 이들.
그들에게 큰 감사를 표한다.
죽음을 앞둔 공포가 나를 살렸지만,
결국 나를 다시 일으킨 것은 삶속의 작은 빛과 사람들의 온기였다.
나는 여전히 겁이 많고 나약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기로 선택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