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생의 울타리

천왕성

by 단비

라는 태양을 있게 하는 중한 행성들 : 나를 태양에, 나를 있게 한 고마운 이들을 행성에 비유해 한 명 한 명에게 편지를 건넨다.

일곱 번째 행성. 엄마 아빠 그리고 뚜기에게.






천왕성

이 행성은 기존의 다섯 행성들처럼 맨눈으로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늘에서 매우 느리게 움직이는데다 매우 어둡기 때문에 그 존재가 오랫동안 인류에게 밝혀지지 않았다.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데 84년이 걸린다.








2014. 8. 30 - 9. 2

제주여행을 다녀와서 썼던 글.


울타리라는 게.. 그렇다. 나를 꽁꽁 가둬두는 것만 같은 갑갑함도 있지만 외부의 위험과 장애물로부터 보호해주는 든든한 방어막으로 안정감을 주기도 하는. 정말 소중하지만 때론 허물어버리고 싶기도 한 애증의 양가감정을 평생 부여안고 살아야 하는 나의 울타리. 바로 가족이다.

참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냈다. 내가 진리라고, 나만이 진실을 추구하며 산다고 착각하고 자만했던 시간들을 반성하며, 조금 더 넓고 깊은 이해와 포용력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는
분명 배울 점이 있다. 귀담아들을 조언도.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가족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기억이 있던 시절부터 서른 살 무렵까지 줄곧 명절이나 방학이면 가족여행을 했었다. 그런데 머리 컸다고 안 가고, 타지 생활에 바쁘다는 핑계로 안 가고, 또 다른 이유로 멀리하고.. 함께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갈등 없이 가족여행을 다녀온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사촌 동생 옥이가 빌려준 셀카봉 덕에 가족사진도 찍고,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그동안의 오해와 상처들을 아주 많이 풀어내고 품을 수 있었던 행복하고 고마운 시간이었다.

그럼 우리 가족사진 대방출. (뜬금없지만, 그냥 오랜만에 가족사진 찍어서 신나고 또 내가 사랑하는 우리 가족 자랑하고 싶어서)



1410669712060__SAM4110_edit.jpg
1410669713362__SAM4184_edit.jpg
에코랜드 테마파크
1410669712374__SAM4058_edit.jpg
1410669713688__SAM4181_edit.jpg
셀카봉 덕을 톡톡히 본 가족 사진


1410669714996__SAM4107_edit.jpg
1410669715397__SAM4104_edit.jpg
1410669716650__SAM4194_edit.jpg
에코랜드에서 엄마아빠


울 엄마 아빠 커플사진 찍어드리는 게 젤 좋다. 사진 찍히는 거 어색해하시는 울 엄마도 사진애호가 나랑 울 아빠 덕에 많이 자연스러워지심. 나중에 리마인드 웨딩촬영도 해드릴 테니 그때까지 사진 찍히는 연습 많이 해놓으세요.


1410669717531__SAM4078_edit.jpg 설정샷인데 생각보다 자연스럽죠?
1410669718012__SAM4063_edit.jpg


같이 다니면 종종 연인이나 부부로 오해받기도 하는 내 동생 뚜기. 가끔 조증 수준으로 신이 나면 웃음소리가 방정맞고 호들갑스럽게 돌변해 유재석스러워 붙여준 별명. 뚜기. 겸둥 막냇동생 같기도 하지만 주로 철든 오빠 같은 발언을 많이 하는, 나보다 백배쯤 현실적인 든든한 내 동생.


1410669718645__SAM4087_edit.jpg


가족여행을 가면 난 늘 가족의 뒷모습을 찍는다. 우리 가족은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사진을 간직하고 있는 셈.
든든하고 고맙고 사랑스럽다. 앞에서는 표현하지 못하는 가족을 향한 사랑을 깊이 간직하고 사는 무뚝뚝한 경상도 아버지의 마음 같다고나 할까? 그냥 난 울 가족의 뒷모습이 참 좋다.


1410669718980__SAM4465_edit.jpg
1410669720111__SAM4468_edit.jpg
1410669721031__SAM4493_edit.jpg
사진기만 들이대면 작품이었던 마라도



1410669724398__SAM4460_edit.jpg 좀처럼 건지기 힘든 울 엄마 신 난 귀요미 사진.
1410669724797__SAM4426_edit.jpg 엄마와의 투 샷. 사진 잘 찍는 아빠 작품
1410669725418__SAM4441_edit.jpg
1410669726378__SAM4489-0_edit.jpg
내 사진. 아빠 작품.



1410669727262__SAM4203_edit.jpg
1410669728230__SAM4214_edit.jpg
협재해변


1410669729249__SAM4324_edit.jpg 유리의 성


부모님이 보시면 당장 내리라고 할 사진이겠지만, 난 이사진 참 좋다. 왕자와 공주가 만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로 끝나는 모든 동화의 엔딩. 하지만 그 속편엔 알콩달콩 이외에 복닥복닥 투닥투닥이 있다는 걸 안다. 삼십여 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살아온 부부 사이엔 온갖 갈등과 시련과 역경을 이겨낸 누구도 끊어낼 수 없는 든든한 삼겹줄이 서로를 묶고 있다는 걸 부모님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보다 더 아름다운 속편을 알려주신 사랑하는 울 엄마 아빠. 그래서 난 이사진을 보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보다 더 해피엔딩인 '남은 평생 함께했습니다'가 떠오른다. 알콩달콩 복닥복닥 투닥투닥. 그렇게 남은 평생도 함께하셔야 해요.


1410669730416__SAM4266_edit.jpg 수월봉. 난 뭔가 꼽사리 같은 느낌. 흠.. 다음엔 짝꿍 데려와 같이 찍어야지 결심했었다.



1410669730898__SAM4580_edit.jpg
1410669732047__SAM4520_edit.jpg
1410669731686__SAM4523_edit.jpg
비자림


1410669732886_20140830_215226_edit.jpg 해안도로. 얼굴도 작은 게 뒤로 가서 누나를 얼큰이로 만든 짱구 미 가득 뚜기.
1410669733183__SAM4508_edit.jpg
1410669733641__SAM4509-1_edit.jpg
원앙폭포



이상 제주여행 가족사진 끝.

나는 글 쓰는 이 시간을 참으로 사랑한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고, 또 여행을 하거나 일상을 살며 느꼈던 감정의 편린들을 구체화시켜 주고 온몸으로 경험하며 배운 귀한 교훈들을 더 진하게 내 가슴에 새겨지게 하기 때문이다. 울 엄마, 울 아빠, 울 뚜기 사랑하고 축복해. 그리고 더불어 앞으로 우리 가족이 될 이들까지.

p.s 아무도 퍼가진 않겠지만 우리 가족 초상권도 있고, 저작권은 저에게 있답니다. 사진 필요하시면 댓글 남겨주시길.


2014년 9월 14일




야무지게 초상권과 저작권까지 언급했던 가족여행의 후기를 발견했다. (여전히 저희 가족 초상권도 있고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가족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는데 예전에 가족에 관해 쓴 글이 생각나 블로그를 뒤지다가 8년 전의 사진을 발견했다. 처음 든 생각은 '저 때 다들 참 젊었구나'였다.


지난달 부모님을 뵀을 때 아빠가 너무 야위어서 속이 상했다. 저때만 해도 젊으셨었구나. 하긴 나도 하나둘 늘어나는 흰머리와 주름을 보며 많이 늙었다는 생각이 들어 속상할 때가 있는데. 오늘이 살아있는 날 중에 가장 젊은 날이겠구나. 다음 주에 가족들 여행 오면 사진 많이 찍어놔야지 싶다. 그리고 8년 전 우리 가족의 모습을 브런치에 기록해두고 싶어 옮겨둔다.


지금 뚜기와 나는 각자 가정을 이루었고 엄마 아빠처럼 알콩달콩 복닥복닥 투닥투닥 살고 있다. 즐거운 일도 힘든 일도 있지만 각자 서로의 배우자와 함께 삼겹줄을 단단하게 묶어가려 노력가며 살아간다. 엄마 아빠는 일흔이 넘으신 나이에도 여전히 알콩달콩 복닥복닥 투닥투닥이시다. 알콩달콩 보다는 복닥복닥과 투닥투닥이 더 많으신 것 같긴 하지만.


결혼을 하고 떨어져 살아서인지 지금은 가족을 향한 양가감정에서 미움보다는 애틋함이 더 커져있다.

뚜기에게는 미움이 아닌 고마움과 미안함의 양가감정이다. 뚜기는 어렸을 때부터 누나를 잘 따르고 심성이 착했다. 엄마 따라 마트에 가면 꼭 과자를 두 개씩 골랐단다. 엄마가 "왜 두 개나 사냐?"라고 물어보면 "하나는 누나 주려고." 대답했단다. 난 그런 기억이 없다. 나 잘난 맛에 늘 혼자 신나서 놀러 다녔다. 대학 다닐 때 과외하며 용돈 챙겨줬던 기억은 나지만 정작 뚜기가 힘들었을 때 곁에서 함께 하며 오롯이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했던 미안함이 크다. 지금도 내 마음만큼 잘 챙겨줄 능력이 되지 않아 미안하지만 늘 응원한다.


우리 가족 모두 아무 걱정 없이 딱 아굴의 기도만큼 넉넉한 몸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담백하게 사랑한다고 말하려니 백 프로 절대적인 사랑은 아닌 듯하고 다시 양가감정 비슷한 마음이 스멀스멀 들긴 한다. 그래도 말해야겠다. 고맙고 사랑해.


2022년 10월 30일



아굴의 기도 (잠 30:7-9)
내가 두 가지 일을 주께 구하였사오니 내가 죽기 전에 내게 거절하지 마시옵소서
곧 헛된 것과 거짓말을 내게서 멀리 하옵시며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둑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함이니이다


이전 09화차디찬 시련의 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