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드림팀 령쓰가 84개의 단어 중 세 개만 골라보라며 ‘가치 리스트’라는 걸 보내왔다. 선택의 기준은 필요나 생존이 아닌 온전히 자아를 확장할 수 있는 것이다. 84개 중 처음부터 세 개를 고르기 힘들면 스무 개, 열 개 순으로 고른 후 그중에 가장 중요한 걸 제외하고 나머지를 버리는 방식으로 선택해 보라고 했다.
마지막까지 남은 세 단어는 건강, 평안, 성장이었다. 가치 리스트에 행복이라는 단어는 없었지만 나에게 성장은 행복을 향해가는 통로이다.
집 리모델링과 시험관 사건을 겪으며 무엇보다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금까지 공복에 20분 운동을 매일 실천할 만큼 내 인생의 우선순위는 '건강'이 되었다.
몸의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평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결혼을 결심하고 주례 목사님을 찾아갔을 때 “신랑 어디가 좋냐?”라고 물어보셨었다. 대번에 “마음 편하게 해 줘요”라고 대답했다. 스스로도 생각지 못했던 답이었다. 목사님께서 “나중에 마음 불편하게 하면 헤어질 거야?” 웃으며 말씀하셨다. “음.. 네”하며 예능을 다큐로 받은 나였다.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을 때마다 사건을 성장으로 승화시키려고 노력한다. 각각의 사건들은 즐거울 수도 신이 날수도 때로는 우울하거나 참담할 수도 있겠지만 그 사건들을 겪으며 조금씩 나 자신과 세상을 알아가며 성장해 가는 나를 볼 때 행복함을 느낀다. 물론 주말 저녁 J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기다렸던 넷플릭스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소소한 행복도 중요하다.
식기도 때마다 주문처럼 하는 기도가 있다.
"양가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평안하고, 행복하게 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한 가지. 건강, 평안, 행복을 함께 누릴 사람들이다. 어린 시절에는 오롯이 나였다가, 그다음에는 가족이었다가, 결혼 후에는 J와 J의 가족들,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지인들까지 기도의 범위를 확장시켰다. 아마 이제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까지 기도의 범위에 포함될 것 같다.
늘 내 편이 되어주는 고맙고 사랑하는 남편, 내 삶에 나침반이 되어주시는 부모님, 누나가 무슨 일을 해도 잘할 거라며 아낌없는 응원을 해주는 하나뿐인 내 동생 뚜기, 앨과 귀염둥이 쌍둥이 조카들, 동네문학 회원님들과 운영진들(특히 글쓰기 권태기 올 때마다 채찍질해주시던 종비작가님과 문진 작가님), 처음 목차를 보며 책이 될 수 있겠다 격려해 주셨던 양지영 작가님, 우리 부부를 소개해준 우리 U 씨와 힘들었던 회사생활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던 K, 책을 쓴 시작이 되었던 드림팀 쏘금이, 다클이, 령쓰에게 무한 감사를 전한다.
요즘의 난 날라리 기독교인이지만 마지막으로 늘 내 삶의 뿌리가 되어 흔들릴지언정 뽑히지 않게 해 주시는 나의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이거 정말 꼭 한번 해보고 싶었음.
별 볼 일 없지만 아주 잘 살고 있는 단비의 인생 내비게이션 목적지는 결국 자기답게 사는 것이다. 개도 안 가질 MZ 따위, MBTI 따위, 세상의 시선 등 던져버리고 나를 아는 것에 집중하며 나답게 살아보자.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모두 '자기답게' 건강하고, 평안하고, 행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