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by BAN


당신의 사랑이 옳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나의 마음이 곧다고 전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른다


우리는 얕은 수면 위에 손을 얹을 뿐이다

물기가 스밀 때

손금 틈에서 비명이 울릴 것이다

내 삶이 울부짖을 것이다


자라지 않는 생명선

그 끝에는 죽음조차도 없다


겸허하다는 것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것


그것은 누가 정할 수 없는 영역이며

죽음은 언제나 고달픈 해방이다

자유로운 속박이며

밑바닥 뒤의 낭떠러지다


고개를 숙인 남자와

별볼일 없는 월식


나의 생


그날은 달이 뜨지 않았다

그날 나는 태어났고

눈이 감긴 채였다


그러나 나는 빛 앞에서 감은 것이 아니라

빛이 내 앞에서 가물어진 것


길을 잃었다 잊었다 한다


닿지도 닮지도 못하고 닳은 길목에서

우주는 내 것이 되었고 삶을 씹어 먹다가 잇몸이 벗겨진다


잘게 부서진 쿠키 같은 꿈 조각을 털어넣고

까끌거리는 입안을 훑어도 허기는 채워질 리 없다


숙성되고 있다

이 뭐 같은 삶이


떨어지면 기어오르는 것이 아니라

납작 엎드려 울어야 하는 것


온종일 수수함과 불청결함의 차이에 대해 고심한다

작가의 이전글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