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이라는 이름의 배움

정말로 나만의 가게가 생기는구나..!

by 최단비

'단비식당, 그 이름 말고 더 잘 어울릴만한 이름이 떠오르지가 않네..'


7년 전, 서울 상수동에 위치한 '프로젝트하다'라는 곳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팝업 식당을 했었는데, 그때 지었던 가게 이름이 단비식당이었다. 내 이름이라서 정감이 가기도 했고, 식당이라는 단어와도 잘 어울리는 거 같아서 자연스럽게 가게 이름이 되었다. 문경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작업실 이름을 구상하며 며칠을 보냈지만, 단비식당 외에 더 잘 어울릴만한 이름을 찾지 못해서 다시 그 이름을 한 번 더 쓰기로 결정했다.


가은읍, 문경읍을 포함해서 여러 군데로 가게 발품을 팔았었지만, 인연인지 점촌 집과 매우 가까운(어퍼 지면 코 닿는?) 거리에 작업실을 얻게 되면서 나의 공사 생활은 비교적 순조롭게 시작되었다. 건물주 아저씨의 도움으로 큰 사다리를 빌릴 수 있게 되어서 페인트칠을 포함한 LED 전구 달기, 천장과 창문청소 등.. 한 달 내내 사다리 타기를 했다.(결국 오픈 당일까지 사다리를 타며 벽시계를 걸었지..)


평소엔 만져볼 일이 거의 없던 전동드릴 세트까지 구입하게 되면서 커튼봉 설치, 선반조립, 가구조립, 천장 뚫기를 비롯한 세세한 공사까지 직접 해볼 수 있었다. 요즘 시대는 정말로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 검색으로 많은 걸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오픈준비 내내 실감할 수 있었고, 덕분에 평소 시골에 폐가나 폐교를 고쳐서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소망에 한 발자국 아니, 두 발자국 이상 훌쩍! 다가간 느낌도 들었다.



KakaoTalk_20260113_192936132_03.jpg 혜진이가 담아준 내 모습. 공사 중간중간에 참 고맙게도 사진을 찍어주었다.
KakaoTalk_20260113_192936132_01.jpg 페인트칠을 다 끝내고 나서야 주방 가구와 집기를 들일 수 있었다.

페인트칠도 인건비를 지불하면 하루 이틀이면 끝났을 것을, 혼자서 젯소 작업 2번, 페인트작업 2~3번을 나눠가며 칠하느라 거의 열흘 가까이 걸렸다.(중간에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픈 당일까지 칠하고 있었을지도..^^) 하지만 나는 결코 그 시간이 아깝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정말로 오픈 준비하는 내내 공사가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컬러를 고르고, 분위기를 꾸며나가면서 상상 속 작업실의 모습을 실현시키는 재미가 가득했다. 천장을 칠하면서도 벽과 어울리는 느낌으로 다르게 칠해보며 내 취향을 반영해보기도 했고, 페인트가 한 겹 더 올라갔을 때의 느낌을 섬세하게 알아차리는 희열도 있었다. 아마 사람을 사서 부탁했더라면 이 또한 쉽게 이루어지는 일인 줄 알고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조금 고생스럽기는 했지만, 공간 하나가 탄생되는 과정을 온전히 경험해 보고 체험할 수 있어서 지금 생각해도 참 값진 시간으로 여겨진다.



KakaoTalk_20260113_192936132_05.jpg 베이커리와 요리를 준비하는 주방공간. 창문이 바로 나 있어서 가스를 이 곳에 설치했다.

사실 공간을 알아보면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주방구조였다. 주방구조를 효율적으로 짤 수 있어야 그곳에서 내가 오랫동안 편하게 요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완성된 공간의 주방구조는 그다지 효율적이진 못하지만 나름 그 역할에 맞게끔 구조를 갖춘 주방의 모습이 되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 내 작업실은 크게 카페(음료) 주방과 베이커리(요리) 주방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두 파트가 나눠져 있어서 각각 음료를 준비하거나 오늘의 메뉴를 조리할 때는 편하지만, 가스와 수도가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종종 동선이 길어진다는 것이 성가신 점 중의 하나였다. (빠른 워킹으로 극복하고 있는 중이긴 하다..)


그래서 처음 주방동선에 익숙해지는 것이 좀 오래 걸렸다. 따끈하게 완성된 낯선 주방이라서 더더욱 그렇기도 했지만, 가스를 쓰다가 갑자기 수도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신속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요리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새벽 일찍 베이커리만 준비해서 오픈준비를 할 때는 참 효율적이지만, 막상 여러 가지를 동시에 주문을 받고 음료를 만들고, 요리를 하게 되면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하는 주방이 되어버렸다.. (후회하고 반성하기엔 너무도 늦었다.. 허허)


그나마 10평 남짓한 공간의 주방이라서 살짝 뛰어다니면서라도 커버가 되지, 대형 주방이었으면 정말 공사를 다시 해야 할지도 모르는 구조 같다. 여하튼 다음에 공간을 옮기게 된다면 꼭 가스와 수도를 가까이 두어야겠다.



KakaoTalk_20260113_192936132_19.jpg 주방에서 바라본 매장의 모습. 골목에 위치해 아늑하면서도 통창 덕분에 시원시원하다.
KakaoTalk_20260113_192936132_18.jpg 베이커리가 진열될 매대의 모습. 친구 보경이가 괴산에서 흥부네 박처럼 큰 호박을 가져다 주었다.

한 달이 넘는 오픈 준비 공사 기간 동안, 부모님이 두 번이나 오시고 멀리 서울에서 친구가 오가며 함께 힘과 마음을 보태준 덕분에, 12월 19일에 무사히 가오픈을 할 수 있었다. 엄마는 딸내미 가게 개업 축하 선물로 동해에서 문어를 잡아와 삶고, 썰어서 손님들에게 물김치와 함께 나누어 주셨고, 나는 첫날부터 잘 씹히지도 않는 질긴 시래기 키쉬를 굽는 무모한 실험을 강행한 탓에 가오픈 첫 주 내내 조마조마한 마음을 붙잡고 요리를 해댔다. 그렇게 서툴고 인간미 넘치는 가오픈을 마치고 드디어 일요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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