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모퉁이, 요리 작업실

여기는 대체 뭐 하는 곳이죠?

by 최단비

가오픈을 하기 전부터 하루에 한두 번씩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묻곤 했었다.


'여긴 뭐 하는 곳인가요?'

'꼭 카페처럼 보이는데, 이름은 식당이네요?'


'네.. 말 그대로 식당이랍니다. 디저트도 있고, 브런치나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어요.'


시골 어르신들에게 브런치를 설명하는 것이 나에겐 넘어야 할 작은 산이라는 것을.. 가오픈할 때 즈음에 깨달아 버렸다. (브란치? 고거 새참 아이가?!)


식당이긴 하지만, 너무 전형적인 식당 같은 이미지를 주기 싫어서 커다란 간판도 달지 않고 있었는데, 어느새 나의 작업실은 정체 불분명한 곳으로 소문이 나고 있었다. 가뜩이나 매일 문도 안 열고, 일주일에 두 번만 여는 것을 희한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도 한몫했다.


온라인으로 택배 주문을 받고 있어서 일주일에 두 번만 문을 연다는 설명을 해도, 반은 알아듣고 반은 못 알아들으시는 분위기였다. 여기 주변엔 세탁소, 미용실, 수선집, 짜장면집, 술집, 고깃집, 한식집 등.. 여러 가게와 식당들이 있었는데, 이렇게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는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곳은 바로 옆 젊은 언니가 운영하는 미용실과 단비식당 둘 뿐인 거 같았다. (청년이여.. 온라인시대 아자아자! 파이팅!!) 점촌은 작은 동네라서 소문이 참 빠르다고 들었는데, 괜히 띵까띵까 노는 사장으로 오해받기 십상이겠단 생각에 행동거지 하나하나 조심해야겠단 생각이 번쩍(!) 들기 시작했다.



KakaoTalk_20260115_140007772_17.jpg 12월 마지막 주 오늘의 메뉴를 준비하는 모습. 미정 법우님이 찍어주셨다.


KakaoTalk_20260115_140007772_07.jpg 한 달간의 셀프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주방의 모습.

KakaoTalk_20260115_140007772_05.jpg 괴산에서 농사짓는 친구 보경이가 토종팥과 농작물을 선물로 가지고 왔다. 아름답고 귀한 재료들!

원래는 일주일에 3일 정도는 매장영업을 하려고 했으나, 혼자서 택배 작업과 식당준비 두 가지를 해내는 것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결국 1월에는 금, 토 이틀만 식당운영을 해보는 것으로 결정했다. 결과는 그나마 숨통이 틔여서 다행이라는 것..!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혹은 일 년에 한두 번 쉬는 가게가 즐비한 점촌의 뒷골목에서 단비식당의 존재는 참 쓸쓸해 보였다. 문을 잠그고 쿠키 반죽을 하고 있으면 종종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려는 손님들이 있었다. 눈이 마주쳐서 하는 수 없이 문을 열어주면 '가게가 참 예쁘네요~ 이렇게 잘 꾸며 놨는데 왜 매일 문을 안 열어요?'라는 질문이 태반이었다. 그러면 나는 또 택배와 온라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김에 단비식당 명함과 함께 온라인 스토어 사이트를 알려주며 홍보도 할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이렇게 운영을 하는 가게는 처음 본다는 듯이 놀라움과 아쉬움이 반반 섞인 어색한 미소로 답하며 나가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선물세트와 답례품을 함께 판매한다는 말을 하면 조금은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였다.



KakaoTalk_20260115_140007772_20.jpg 연말엔 무려 61 상자의 택배작업을 하느라 멀리 엄마가 동해에서 sos 출장(?)을 와주셨다..

여긴 확실히 시골이라는 걸 실감했던 것 중의 하나가 거리를 지나다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60-70대 노인분들이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브런치를 판다고 하면 전혀 알아듣지 못하시고 내 얼굴 앞으로 귀를 쫑긋(!) 내세우는 행동이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심지어 부동산에 가게 발품을 팔러 다니면서도 '뭐 할 건데요?'라는 질문에 '디저트랑 브런치 가게를 하려고요'라고 하면, 브런치라는 단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시곤 다시 되묻기를 반복한 적도 있었다. 아무리 연령이 높아도 서울과 이런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는 걸 느끼면서 이곳에서는 동네사람들만을 상대로 장사를 해서는 위험하겠단 결론에 이르게 되었고, 기존에 생각해 두었던 온라인의 비중을 더 높여야겠단 판단에 자연스레 매장 영업일도 줄게 되었다. 아마도 택배가 어려워지는 한 여름에는 식당 영업일을 좀 더 늘릴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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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문 앞에 걸려 있는 예쁜 천 그림 간판이 이곳의 분위기를 설명해주고 있었기에, 매일 분도 열지 않고 식당이라면서 베이커리 택배를 하고 있는 이상한 가게라는 이미지가 자연스레 용납이 되고 있는 듯했다.


요리를 하고, 사람을 만나고, 나누는 곳이어서 식당이라는 이름이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 손님들의 입장에서는 여기가 도대체 뭐 하는 곳인지, 정체성이 헷갈리게 만드는 단어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작업실을 염두에 두고서 자유롭게 요리를 연구하고 마음껏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기를 원했기에, 앞으로의 운영 방식도 변화무쌍하게 이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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