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단비식당 오늘의 메뉴 이야기
거리를 걷다 보면 미세한 틈 사이로 보이는 연둣빛이 궁금해 물끄러미 들어다 보게 되는 시간.
아직은 푸르른 풍경이 낯설지만 마음만큼은 봄에 훌쩍 다가가 있는,
어린 삼월이 내게로 온 날.
어느덧 2월이 지나고 화창한 빛을 품은 새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내 방의 창가에서 들려오는 새소리가 달라지기 시작하자, 나는 이젠 정말 봄이 왔구나..라고
안도할 수 있었다.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난 탓인지, 나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봄이 참 반가웠다.
내 방에도, 단비식당의 식탁 위에도 이제 푸르른 기운이 조금씩 스며들 것이다.
3월부터는 점촌 장날마다 시장을 부지런히 다니기 시작했다.
이제 막 땅을 뚫고 올라오는 나물들을 만나기엔 마트보단 재래시장이 훨씬 나았다. 때마다 어머님들이 캐갖고 오는 보물들은 장날 아침, 늦잠을 뿌리치고 일찍 서둘러서 부지런히 구루마를 끌고 갈 만큼 가치가 있었다.
난생처음 보는 신기한 나물부터 시작해서 이제 막 물이 올라 쏟아지기 시작한 냉이, 달래까지.. 3월의 어린순들의 향연은 매주 그 모습을 조금씩 달리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름 텃밭을 가꾸며 서른부터 요리에 본격적으로 입문하면서 각종 나물들을 공부하고 먹어봤다고 자부해 왔는데, 벼룩이자리와의 만남은 나를 더욱 겸손하게 만들어주었다.
별꽃의 새싹과 비슷하여 별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벼룩이자리라는 이름을 가진 다른 나물이였다. 생으로 맛보니 쓴 맛은 거의 없고, 고소하면서도 비린 맛이 나서 익혀보면 좋겠다 생각하여 날콩가루를 듬뿍 입혀서 쪄보았다. 결과는 너무 만족스러웠다..
간단히 고추양념장을 만들어 곁들어내니, 그 조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만할 만큼 훌륭했다.
봄나물들을 골고루 만나다 보면 그 풀들의 미묘한 맛에 반하게 된다. 그리고 그리 복잡하지 않은 조리법으로 간단하게 나물들을 충만히 즐기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면서 매번 봄을 그렇게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모양이다. 단순히, 추위에 질려서 봄을 기다린다는 것만은 아니었구나.. 깨닫는다.
곰보배추, 벼룩이자리, 냉이, 달래, 말린 고사리, 뽕잎나물 등.. 3월의 새싹과 묵나물들을 적절히 조화시켜 3월의 봄나물 곁들임 밥상을 만들었다.
매월 메뉴를 달리 하다 보니, 요리를 하는 시간만큼이나 재료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시간들이 필요한데, 봄은 각종 산야초를 직접 맛보고 경험하기에 너무도 좋은 시기이다. 이 시기를 잘 활용해서 나의 풀 데이터들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싶은 마음에 한 달 내내 참 많이도 바빴던 거 같다.
일 년 사계절을 여러 번 경험하고 싶은 마음은 각 계절별로 달리 나와서 흐름을 이어가는 재료들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한식을 베이스로 한 밥상을 했던 덕분인지, 나는 밥과 국, 반찬을 신나게 연습해 볼 수 있었다.
어릴 적엔 엄마가 주방에서 뚝딱뚝딱 만들어 주었기에 그 수고로움을 잘 몰랐지만, 커서 자취를 하게 되고 직접 요리를 해 먹기 시작하면서 한식이 참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직접 장을 담그는 것까지는 어렵더라도, 각종 나물을 불리고 삶고 볶다 보면 그 수고로움을 조금은 축적해갈 수 있었던 거 같다.
'내가 한 반찬은 왜 엄마 맛이 안 날까..'
한참 자취를 하며 요리 딜레마에 빠져있을 때 드는 생각이었다.
아마도, 나는 평생 엄마의 맛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오로지 나 만의 맛을 만들어낼 수밖에.
'단비 음식에서는 꼭 사찰음식 같은 맛이 나네..'
엄마가 종종 문경에 오셔서 내가 해주는 음식을 드실 때마다 하셨던 말씀이다.
나는 사찰음식을 배워본 적은 없지만, 살아생전 꼭 한 번 배워보고 싶은 요리분야이다.
정식으로 요리를 공부해 본 적이 없어서 만약 공부할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깊은 산으로 들어가서 심마니들처럼 산야초도 직접 내 눈으로 보면서 채취하고, 즉석에서 요리하며 맛도 보고, 장도 담그고.. 그런 자연요리를 연구하고 공부해보고 싶다.
아마도 산을 찾아 문경에 내려왔듯이, 언젠가는 점촌 단비식당을 뒤로하고 산으로 들어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식당을 꾸리면서 계절의 재료들을 접하고, 요리하고, 손님들과 나누는 일상들이 참 소중하고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