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버터를 2019년 가을에 만났다. 아내와 고양이를 입양하자는 이야기를 자주 하던 때였다.
하루는 아내와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고양이 입양 홍보 글을 읽고 있었다. 수많은 고양이들의 사연을 읽어 내려가다가 유독 내 눈에 밟히는 치즈 고양이 한 마리를 보게 되었다.
울음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할 정도로 작고 앙상했던 아기 고양이 버터는 경기도의 한 재개발 구역에서 어미를 잃은 채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근처에서 고양이 구조 활동을 하시던 분께서 무너져 내린 건물 더미에서 울고 있는 버터 삼 남매를 발견하셨다. 살아남고자 했던 버터는 깨진 유리 조각을 밟은 채 울면서 힘겹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고, 그 덕분에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다.
우리는 그날 밤 바로 그곳으로 한달음에 달려가 버터를 집으로 데려왔다. 집으로 데려온 첫날부터 짧은 다리로 낑낑대며 다가와 이불 속으로 쏙 들어왔을 때 느껴졌던 버터의 온기는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버터를 데려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밤이었다.
처음에는 모든 게 낯설고 어려웠다. 작고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매일 아내와 함께 공부하고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버터는 우리의 가족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버터는 무럭무럭 자라서 어느덧 멋진 성묘가 되었고, 이제는 오히려 삶에 지친 집사들을 위로해 주고 있다.
아픈 데 없이 밝게 자라준 버터야. 늘 우리를 웃게 해 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