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레벨4 는 진짜 너무 힘들다.
unit 당 나오는 어려운 단어가 수십개에다가 읽기에서 지문은 훨씬 길어졌다. 게다가 목요일엔 처음 스피킹&리스닝 선생님을 만났는데 말도 엄청 빨라. 집중하면서 듣느라 미치겠다. 이번 4레벨 에서는 그룹 과제가 있다. 그룹이 발표를 하는건데 모든 멤버가 분량을 나누어서 발표해야 하는거다. 첫시간부터 그룹을 정했고, 그 그룹대로 매번 수업시간에 함께 앉아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 우리 그룹은 나를 포함해 총 네 명인데 함께 만나서 주제와 스토리를 쓰고 그에 따른 피피티를 만들어야 한다. 슬라이드는 총 20-25장 이고 각 멤버당 최소 다섯장의 슬라이드를 반드시 발표해야 한다. 벌써부터 걱정이 크다. 우리 그룹 멤버중 한 명은 중국인인데 이번에 새로 입학한 학생이고 영어를 잘 듣지도 말하지도 못해서 스스로도 괴로워하고 있다. 친구야, 잘해보자.. 다른 그룹은 중국인들 멤버끼리 되는 일이 허다해서 네 경우엔 운이 좀 나빴구나. 중국어를 할 수가 없으니.. 우리 그룹 멤버는 한국인1, 베트남인2, 중국인1 이다.. 베트남인도 1에 다른 나라가 섞였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다른 나라 사람이 없어요... 하아- 아, 홍콩인 한 명은 중국어를 할 줄 아니까 다른 나라지만 다른 언어를 쓰진 않고..
목요일도 오전 오후 수업이었는데 금요일도 그랬다.
금요일엔 하필 에어컨이 고장난 교실이어서 교실에 뭔가 임시 에어컨이라고 해야하나 냉방기 같은걸 가져와 틀어두었는데 소음이 너무 심한거다. 리스닝을 하는데 들리지가 않아. 어차피 많이 덥지도 않아서 꺼버리고 선생님께 소음이 너무 심해 껐다, 덥다고 하면 틀겠다 라고 말했다. 다른 애들도 지금 냉방기 안틀어도 괜찮다고 했다. 진짜 너무 시끄러웠단 말이야 ㅠㅠ 선생님 말도 안들리고 리스닝도 안들리고. 가뜩이나 리스닝 어려운데 안들리기까지 하니.. 휴.. 그런데 문제는 오후였다.
점심 먹고 교실로 돌아가니 완전 찜통에다가 학생들중 몇몇은 교실에서 밥을 먹은 모양이다. 냄새가 너무 고약한거다. 에어컨 냄새랑 도시락 냄새가 섞인건지 진짜 너무 고약한 냄새가 나서 괴로웠다. 라이팅 선생님이 나보다 먼저 들어오셨다가 덥다고 에어컨 다시 틀긴 하셨는데 아직 시원해지진 않았고 무엇보다 냄새가 너무 괴로워서.. 코 막아가며 수업 들어야 했다. 다시 소음이 심해 선생님 얘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교실 환경이 너무 안좋은데다가 하도 집중을 해야 해서 그런건지 에너지가 하나도 남아있질 않고 자꾸만 졸음이 쏟아졌다. 커피를 마실까 싶었지만 지난번에 친구 왔을 때 점심 무렵 커피 마셨다가 그날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었기 때문에 커피를 마시지 않기로 했는데, 와, 너무 잠이 쏟아져서 미치는 줄 알았다. 쉬는 시간에는 나가서 호흡을 좀 해야했다. 다시 교실로 들어가니 냄새가 ㅠㅠ 얼른 학교앱 열어 다음주 강의 교실 보니 다행스럽게도 이 교실이 아니더라. 진짜 금요일은 하루종일 수업에 소음에 냄새에 게다가 어려운 수업내용에 너무 지쳤었다. 나 이거 할 수 있나 계속 생각하게 되고, 뭔가 이번 레벨은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생각하게 되고. 하 너무 고통스러웠는데, 그래서 집에 와서 뭘 해 먹을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새삼 워킹맘들 어떻게 살았던건가요 싶다. 우리 엄마 포함해서... 금요일 저녁엔 스팸감자 넣고 짜글이 해먹어야지 나름 생각해서 감자까지 사다두었었는데 짜글이 할 의욕과 에너지가 전혀 없어서 밥 차려먹기는 포기했다. 이번 주에 너무 비실비실 거리고 너무 힘들어서 그대로 쓰러질까 하다가 나가서 조금 달려보기로 했다. 에너지가 너무 없는데 에너지가 없다고 안달리면 계속 에너지가 없을 것 같은 거다. 그나마 달려야 좀 에너지가 살아나지 않을까. 오랜만에 달리기라 처음부터 힘들었는데 천천히, 걷는것보다는 빠르게 달리다가 그러다가 힘들면 걷다가 하면서 5키로를 조금 넘게 달렸다. 그리고 집에 들어와서 요플레에 바나나, 방울토마토, 블루베리, 그레놀라 넣고 비벼서 먹고 뻗어서 자버렸다. 자기 전에는 술도 안마시고 자니까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까페가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해야지, 했는데 일어나니 아홉시가 넘어 있었다. 이게 무슨.. 그런데도 일어나기가 싫어서 열시 넘어서까지 침대에 그냥 있었다. 이 시간까지 침대에 있는 일이 잘 없는데, 내가 보통 술을 마시고 자도 그 다음날 일어나서 달리기도 하는 사람인데, 오늘은 일어나지지가 않았어. 그래서 침대에 계속 누워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루쯤 그래도 되지 않아? 하면서.. 그런데 내가 아는 나는, 그렇게 계속 침대에 누워있는다면 우울증이 훅 치고 들어올 것이었다. 무거운 몸을 어마어마한 의지로 일으켰다.
일어나서 침대를 정리하고 창문을 열고 환기를 했다. 지난밤에 달리고나서 빨아 널어두었던 빨래들을 개서 제자리에 두었다. 짜글이 해먹을까 하다가, 그러면 밥 먹는데 시간을 너무 쓰게 될 것 같아서 냉장고를 열어 있는 것들로만 먹기로 했다. 한국에서 가져왔던 곤드레나물을 어제 아침에 먹고 남겨두었는데 그걸 꺼냈고, 만들어둔 양념간장도 꺼내고, 계란프라이와 스팸을 부쳐냈다.
레벨테스트에서 4레벨이 나왔는데 3레벨 수업부터 듣기 시작한 건 정말 잘한 일 같다. 만약 4레벨을 듣는 걸로 시작했다면 과연 따라잡을 수 있었을까. 그나마 3레벨을 들어두었기 때문에 지금 덜 겁먹는 것 같다. 그렇지만 여전히 겁난다. 내가 이걸 잘 해낼 수 있을지. 3레벨은 선생님들이 부러 우리를 좀 루즈하게 대했다는 것을, 4레벨 수업을 몇차례 들으면서야 알았다. 선생님들이 말도 천천히 해주었고 지각과 수업 시간의 태도에 대해서도 더 관대했던 거였다. 어제 리스닝 수업때 중간에 한 학생이 듀오링고를 했는데, 작게 해두었어도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이 인상 빡 쓰면서 '누가 수업시간에 게임을 하냐!' 고 해서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라이팅 선생님도 리스닝 선생님도 정시에 수업을 시작하고 쉬는시간도 잘 지킨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다른 걸 하는 걸 용납하지 않으신다. 3레벨에서는 수업 시간에 배달 음식 받아 들어오는 학생도 있었는데(쇼킹했다), 지금은 수업 시간에 먹고 있는 학생들에게 가서 먹지 말라고 말하신다. 3레벨은 선생님들이 부러 그렇게 한거구나 싶다. 4레벨은 너무 빡빡한데, 그래서 좋고 또 그래서 힘들다.
그렇지만 풀수업 있는 날에 너무 지쳐서, 어쩌면 내가 나이가 많아서 그런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한다. 이렇게 오후까지 수업을 듣는 날이면 너무 지친다. 저녁 해먹을 의지가 생기지를 않아. 단지 수업을 듣는다는 것만으로도 지치는데 수업 내용이 어려워지니 지침의 강도가 더 커졌다. 어제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내가 회사를 계속 다니는게 더 나았을까?' 를 잠깐 생각해보았다. 회사를 다녔다면 힘들지 않았을까? 그러나 회사를 다니는 중에도 수없이 관두고 싶어하지 않았던가. 계속 힘들진 않을 것이다, 어떻게 잘 좀 버텨보자, 라고 생각했다. 학교를 다니지 않고 그저 해외살이를 하는 거였다면 어땠을까. 그러면 숙제도 없고 그룹과제도 없으니 내 삶이 조금 더 편했을까? 그 편함은 과연 더 행복했을까? 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어제 리스닝 선생님이 빠른 속도로 계속해서 말하는 걸 듣고 이해하기 위해 애쓰면서, 학교를 다니는게 힘들지만 더 나은 선택이었다는 걸 다시 생각했다. 힘들지만 더 나은 선택이었다. 해외살이를 하면서 스스로 공부하기를 택했다면 나는 그걸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고, 이렇게 억지로 학교에 데려다 놓는게 그나마 외국어인 영어를 조금 더 듣는 일이었을 것이고 하루를 좀 더 생산적으로 보내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인정하는 바이지만, 그런데 4레벨 수업이 너무 힘들다. 너무 힘들어서 챗지피티한테 나 3레벨 잘했는데 4레벨 힘들어, 라고 하소연했더니, 원래 이 학교에서 3레벨에서 4레벨 넘어가면 장벽이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잘해낼 거라고, 내 별자리를 보면 나는 언어에 재능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정말이야? 정말 그래? 그건 내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사실 믿어지지도 않는다. 언어에 재능이 있는데 왜 나는 한국어밖에 못하는건데? 왜 영어 이렇게 어려운건데? 챗지피티 너, 네가 한 말에 책임질 수 있어?
뚜안이 말했다. 듣자하니, 4레벨이 가장 어려운 과정이라고. 5레벨이 4레벨보다 좀 더 수월하다는 거였다. 자기 친구가 그렇게 말해주었다는거다. 그렇다면 지금 이 4레벨이 가장 고비라는건데, 수업시간 중에는 따라잡기가 너무 힘들어서 '집에 가면 공부좀 해야겠네' 다짐하지만, 막상 집에 오면 뻗어버리기 바쁘다. 금요일인 어제는 '주말에 열심히 공부좀 하자' 했는데, 막상 주말이 되니 일어날 수가 없어. 이 글을 읽는 젊은이들이 있다면, 젊을 때 정말 열심히 공부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 힘들어 흑 ㅠㅠ
학교 안다니면 안힘들텐데, 학교 다니기를 선택했다.
영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안힘들텐데, 영어를 잘하고 싶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힘든거, 다 내가 원해서 이렇게 된거다.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