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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자인간 Sep 30. 2024

젊은 천재 지휘자의 야심 찬 도이치 그라모폰 데뷔 앨범

타르모 펠토코스키의 모차르트 교향곡집


요즘 핀란드는 신동 지휘자를 가장 활발히 배출하고 있는 나라다. 그러한 핀란드가 배출한 신동 지휘자 중의 대표는 1996년 생 클라우스 메켈레Klaus Mäkelä일 것이다. 그는 열한 살 연상의 중국 피아니스트 슈퍼스타 유자 왕Yuja Wang과 사귀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호사가의 구미를 당길만한 그런 자극적인 스토리를 차치하고라도 이미 그는 마에스트로의 위치에 있다. 필자의 빈약한 음반 라이브러리에서도 그가 지휘한 앨범이 벌써 세 종이나 있으니...

배우의 아우라를 지닌 핀란드의 젊은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 메켈레 홈페이지


그리고 핀란드가 배출한 또 하나의 지휘 신동이 있으니, 이 음반의 주인공 타르모 펠토코스키Tarmo Peltokoski이다. 그는 2000년 생으로 스물네 살 밖에 되지 않았다. 본 앨범 커버에 그가 지휘한 오케스트라의 단원들 얼굴이 보이는데, 동양계 여성 한 두 명 정도만 제외하면 모두들 지휘자의 부모 뻘 내지는 이모 삼촌 뻘로 보인다.

대학교 동아리 관현악단의 지휘자 같은 타르모 펠토코스키


이 음반은 모차르트의 후기 교향곡 중 비교적 인기 있는 35번, 40번, 36번을 담고 있다. 35번은 '하프너', 36번은 '린츠'라는 별명이 붙어 있고, 40번은 별명이 붙어 있지는 않지만 모차르트의 모든 교향곡 중 가장 유명하다. 40번 1악장은 우울한 천사의 노래처럼 아름다운 멜로디로, 3악장은 우울하지만 장중하고 처절하기까지 한 미뉴에트 춤곡으로 아주 잘 알려져 있다.


세상에 나와 있는 무수히 많은 모차르트 교향곡 음반에 이 앨범을 추가해야 하는 이유를 대기는 쉽다. 그럴 가치가 있는지의 동의 여부가 갈릴뿐이다. 첫째, 스물네 살짜리가 지휘하는 교향곡 앨범인데 레이블이 무려 도이치 그라모폰이라는 점. 둘째, 지휘자 자신이 각 교향곡의 멜로디를 따 와서 편곡하고 스스로 연주하는 피아노곡을 들어볼 수 있다는 점. 단, 해당 피아노곡들은 디지털 다운로드 버전에서만 감상 가능하다.


당연하겠지만, 교향곡 연주 자체는 브루노 발터의 따사로운 해석보다는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드라마틱한 해석을 닮아 있다. 기존 해석에 비해 액셀러레이터를 살짝 더 밟은 느낌이지만 경주용 트랙을 달린다고까지 말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그가 지휘자로서는 꼬맹이와 다름없는 스물네 살이기는 하지만, 100 명에 가까운 삼촌 이모들을 이끌 수 있을만한 성숙함을 지니고 있다는 어필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교향곡 연주는 심각한 호불호를 불러일으킬만한 자극적인 구석은 없으며, 깔끔하고 무난하다.


오히려 그의 젊은 패기와 야심이 드러나는 대목은 각 교향곡을 지휘자 스스로가 편곡하여 연주한 피아노곡들이다. 각 교향곡들의 주요 주제를 가져다가 즉흥적 판타지로 편곡하고 연주하였는데, 어린 지휘자로서 탄탄한 음악적 테크닉 없이 지휘봉만 흔들어대는 것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현란한 기교와 화려함으로 가득하다. 프란츠 리스트가 재즈 풍으로 즉흥연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이 피아노곡들은 구조적으로는 설익은 구석이 있지만, 우아한 정찬 후에 먹는 민트향 디저트 아이스크림처럼 본 프로그램의 긴장을 풀어줌과 동시에 치기 어린 장난기로 엷은 웃음을 짓게 만든다. 이를테면 피아노가 부서질 듯 강렬한 곡 말미에 느닷없이 목관악기의 여리고 짧은 솔로 에피소드로 끝을 맺는 장면.



이 음반의 지휘자인 타르모 펠토코스키는 핀란드인으로 스물네 살이다.

모차르트 교향곡 35번, 40번, 36번을 담고 있다.

디지털 다운로드 버전에서는 각 교향곡을 지휘자 스스로 편곡하고 연주한 피아노 소품이 함께 담겼다.

연주는 무난한 편이고 모차르트와 재즈적 즉흥연주가 접목된 피아노곡들은 독특한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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