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 속살을 보여줘야 한다.

서로의 약함에 기대어, 더 단단해지는 부부 이야기

by 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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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우리는 서로의 속살을 마주하게 된다. 단순히 하얗고 매끈한 피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깊은 어쩌면 흉 지고 멍들어, 곪아 있을지 모르는, 진짜 속살을 보는 일이다.


그렇게 서로의 내밀한 곳을 바라본다는 것은 부끄럽고 두렵다. 살면서 누구에게 그러한 치부를 드러냈던가. 나로 존재하기로 결심한 이후로 그러한 일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결혼 생활을 지속할수록 알게 된다. 이 관계는 서로의 치부를 끝없이 들추는 낯부끄러운 속성을 갖고 있다고. 부끄러운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건 서로의 가슴속에 깊이 남기는 증오의 씨앗이 되기도 하며, 비극의 발단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는 치부를 들추는 일이 너무 피곤해하게 느껴져서 말을 삼가기도 했다.


어리석은 일이었다.


허리를 다치고 며칠을 누워 있었더니, 아내만 찾게 됐다. 침대에 누워 아내만 기다리고 양말도 신겨달라고 부탁했다. 70의 나이를 먹은 나와 아내가 문득 그려졌다. 우리는 언젠가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바보가 될 거라고 웃었다.


우리는 연약해지고 연약해져서 온전히 자신을 드러낼 때 가장 솔직해진다. 무엇을 원하는지 입 밖으로 꺼내야만 한다.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그렇게 서로를 부르고 원하게 된다. 우리 사랑이 그렇게 시작됐던 게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연약함이 부덕으로 여겨지는 세상 속에 살아왔다. 작은 상처라도 드러내면, 혹여나 잠시라도 주저앉는 모습을 보이면, 세상은 매몰차게 우리를 다그친다.


팍팍한 세상살이, 모두가 저마다의 짐에 짓눌려 신음하는 이 시대를 탓해야 할까. 어느덧 우리는 어른이 되어, 진실된 사랑 앞에서도, 자신의 상처를 감추는 데 익숙해져 버린 게다. 그저 홀로 짊어져야 할 짐이라 여기며, 묵묵히 앞만 보는 것이 미덕인 양 여겨지는 세상이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조차, 자신의 곪아 터진 상처를 보여주지 못한다.


그러나 부부 된 자들에게는 서로 스스럼없이 치부를 보이는 것이 미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치부를 들춰내며, 서로를 애타게 부르고 찾을 때 두 사람은 드디어 채워지는 존재가 되고 만다. 필요로 채워질 때 비로소 부부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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